[사설] 北 지나친 대남 압박, 남·북·미 관계 그르친다

[사설] 北 지나친 대남 압박, 남·북·미 관계 그르친다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8-07-23 22:22
수정 2018-07-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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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압박이 귀에 거슬릴 만큼 연일 계속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연설 중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21일에는 집단 탈북 종업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역시 노동신문이 나서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 관계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남 압박은 중국, 러시아 외에 남한을 끌어들여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거기에 비핵화 대가인 체제보장의 초기 조치인 종전선언을 남한의 대미 압박을 통해 이끌어 내겠다는 뜻도 있어 보인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미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대남 비난은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해 북한의 종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남한을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핀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4·27 남북 정상회담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은 북·미에 동시에 하는 주문이다. 민족의 비원인 이산가족 상봉을 집단 탈북 종업원 사건에 연계시키는 것도 옳지 않다. 그 어떤 남북 간 현안 중 우선해야 할 이산가족 문제에 ‘조건절’을 붙여서는 안 된다. 종전선언은 우리 당국도 염원하는 사안이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그 핵심인 경협을 하려면 조속한 비핵화밖에 없다. 북한의 조급함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남북 관계 순항을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2018-0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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