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회찬 후보가 낙선한 것을 두고 언론계 한 동료가 한 말이다. 당시 최대 관심사는 노회찬의 당선 여부였다. 17대 민주노동당 소속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단 그는 삼성 비자금 사건을 터뜨려 스타가 돼 있었다. 홍정욱 후보는 한나라당이 영입한 뉴페이스였다. 결과는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 43.1%,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 40.1%, 김성환 민주당 후보 16.3%이었다. 노회찬 후보가 3% 포인트 차로 아깝게 낙선했다. 상계동 노원병 선거구에 살던 유권자를 비판한 그 언론인은 보수지에 몸담고 있으면서 평소에도 강한 보수 성향을 보였던 터라 그 반응이 의외로 느껴졌다.
노회찬은 그런 정치인이었다. 그의 정치적 좌표는 왼쪽이었지만,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우리 곁에 항상 있었다. 진보정치의 상징이었지만, 친숙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정치인이었다.
“청소할 때 청소를 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하면 말이 됩니까.”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한 그의 촌철살인은 유권자를 미소 짓게 했다. 그는 앞서 간 탓에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3선 의원이지만 그는 각종 선거에서 이긴 적보다 진 적이 많았다.
19대 노원병, 20대 때 창원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그 전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기도 했고, 지역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그를 스타로, 한국 정치의 자산이라고 여기면서도 선거 때는 외면했다. “미안하지만, 정권 교체가 우선이지….”
그가 23일 드루킹 관련 특검 출두를 앞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고인(故人)이 드루킹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은 2016년 4·13 총선 직전인 3월이었다고 한다. 몇 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선거판에서 돈은 참기 힘든 유혹이다. “운동원을 조금만 더 쓰면”, “자금이 조금만 더 있으면”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다는 게 한 은퇴 정치인의 얘기다. 정치판에서 돈에는 반드시 꼬리표가 달린다는데…. 막판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일까.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한다. 정치인 노회찬에게는 그 실수마저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일까.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서 소속 정당과 진보진영, 지지자, 가족에 대한 ‘무게’가 그리 컸던 것일까. 안타깝고 비통하기조차 하다. 솔직하게 시인하고 유권자에게 한번 더 심판을 받아보는 것은 어땠을까.
2018-0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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