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 서쪽 고분 4기 재발굴…일제 때 잦은 도굴로 유물 훼손
삼국시대 건물터 유적 3기 확인“임시거처·제사 관련 시설 추정
백제시대 상장례 연구 도움될 것”
1917년 이후 100여년 만에 다시 이뤄진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서쪽 고분군 발굴조사에서 백제시대 건물터와 금제 장식들이 발견됐다. 서쪽 능선에서 발견한 초석건물터(왼쪽)와 2호분에서 출토된 2.3㎝ 크기의 금제 장식. 연합뉴스
문화재청과 충남 부여군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서쪽 고분군 4기에 대한 2년간의 발굴조사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서고분군은 능선을 따라 위아래로 2기씩 배치돼 있다. 고분 양식은 백제 사비도읍기의 전형적인 무덤 형태인 굴식돌방무덤으로 확인됐다. 고분의 지름은 2·3호분이 20m 내외, 1·4호분은 15m 내외다. 문화재청 측은 “2·3호분과 1·4호분이 석실의 규모, 석재의 가공 정도, 입지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무덤주인들의 위계가 달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있는 능산리 고분군은 백제 시대 왕릉급 무덤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중앙의 고분 7기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 고분군이 있다. 이 중 서고분군 4기는 1917년 일제가 조사한 바 있으나 당시 조사단은 “능산리 왕릉군의 서쪽 소계곡 너머에 있는 능선에서 무덤 4기를 확인하고 그중 2기를 발굴했다”는 짧은 기록과 간략한 지형도만 남긴 터라 지금까지 학계는 고분의 구체적인 규모와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고분군의 경우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석실의 형태 등을 가늠할 수 없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무덤의 구조나 형식, 규모 등을 확인했다”면서 “백제 사비기 왕릉급 무덤의 입지와 조성 과정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국시대 고분군에서는 드러난 적 없는 건물의 존재를 확인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조사단은 서쪽 능선에서 초석 건물지 1기를, 동쪽 능선의 1호분과 4호분 사이에서 수혈(구덩이) 주거지 2기를 확인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덤 조성과 관련된 임시 거처나 제사 관련 시설로 보인다”면서 “삼국시대 고분군 중 고분 구역에서 건물 유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백제시대 상장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일제강점기 조사와 잦은 도굴로 인해 유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다만 2호분 석실 바깥 구덩이에서 금제 장식과 목관 조각, 금동제 관못 등이 나왔다. 금제 장식은 길이가 2.3㎝ 정도로, 끝이 뾰족한 오각형을 띠고 있으며 부장품의 일부로 추정된다. 용이 몸을 틀고 있는 형상의 문양이 특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7-05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