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도발적 한미 훈련 부적절…한국은 비용 일부만 부담”

[6·12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도발적 한미 훈련 부적절…한국은 비용 일부만 부담”

입력 2018-06-12 21:53
업데이트 2018-06-12 21: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내 서명식장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 옆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서서 지켜보고 있다.  싱가포르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내 서명식장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 옆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서서 지켜보고 있다.
싱가포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진의 파악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래 협상에서는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겨둬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이 같은 훈련 중단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며 이런 환경 아래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라며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연습을 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북 체제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 선언이 무슨 의미냐”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한·미 공동훈련을 계속 해 왔고, 이것을 전쟁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게 한국과의 무역협정 문제와도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주한미군은 지금 논의에서 빠져 있으며 미래 협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싶고, 어느 시점에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고 해 향후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현 시점에서는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비용 발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체제안전보장’ 공약을 맞교환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으로, 추후 이어질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와 한·미 연합훈련 폐지를 맞교환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 미사일을 파괴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이후에 진전된 군사적 합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양국의 공동성명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북·미 양국의 군사 긴장 완화도 회담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대장)이 이례적으로 양 정상의 수행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을 한국 측이 분담하라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취지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과 관련된 것임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들의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제기했던 것처럼 미국의 안보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간 연합훈련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전략무기가 투입되는 훈련만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단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이 취소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회담 진전 여부에 따라 매년 2~4월에 열리는 대북 타격 시뮬레이션 훈련인 ‘키리졸브’ 군사연습과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 훈련’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독수리 훈련에는 보통 B1B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가 동원됐다.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배려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앞서 북한은 매년 8월 개최되는 UFG 연습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회담을 원한다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6-13 2면
많이 본 뉴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요?
고령자 실기 적성검사 도입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 강화
고령자 안전교육 강화
운행시간 등 조건부 면허 도입
고령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