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장진호 전투, 피가 얼어붙어 살아남았다”

“혹한의 장진호 전투, 피가 얼어붙어 살아남았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5-29 22:52
수정 2018-05-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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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노병 美 현충일에 추모행사

“총에 맞아 철철 흐르던 피가 추운 날씨에 바로 얼어붙으면서 자연 지혈이 됐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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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열린 제31회 ‘장진호 전투 생존자 모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그랜트 맥밀린(왼쪽·85)과 그의 아내.  미국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제공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열린 제31회 ‘장진호 전투 생존자 모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그랜트 맥밀린(왼쪽·85)과 그의 아내.
미국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제공
한국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격전지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엘리엇 소틸로(83)는 그때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또 다른 참전 군인은 “탄약이 다 떨어지고 차량마저 폭격으로 고장 나자 부상병들이 ‘우리를 버리고 이곳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어 울면서 철수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퇴역 군인들로 구성된 ‘장진호 전투 생존자 모임’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주 월요일)를 기념해 27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시에서 31번째 추모 행사를 벌였다.

이번 모임은 장진호 전투 다큐멘터리 관람과 전사자 추모 예배, 보은 만찬 등 1박 2일간 진행됐다. 워트링(85) 지회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 전역에 200여명의 동지가 살아 있었으나, 이제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77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참전 노병들은 선물로 받은 겨울 외투에 새겨진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5-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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