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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오락 영화 ‘독전’서 형사로 열연한 조진웅 인터뷰

마약전쟁이라는 뜻의 영화 ‘독전’(毒戰). 22일 개봉하는 작품은 간명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품은 제목만큼이나 ‘센 캐릭터’들로 쉼표 없는 서사를 몰아치는 범죄극이다. 올해 상반기 기대작에다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으로 연초부터 거듭 호명된 이 작품은 123분의 러닝타임 내내 집중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해영 감독의 감각적이고 밀도 높은 연출과 배우(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김성령, 차승원)들의 맹렬한 연기가 합을 이뤘기 때문이다.
배우 조진웅은 ‘독전’ 출연 때문에 체중을 10kg 덜어냈다가 회복했다. “이게 원래 제 모습인데 꼴 보기 싫으세요?(웃음) 조각 미남인 친구들이 많지만 전 그런 유전자는 아닌 것 같아요. 그 친구들 만나면 그러죠. ‘나는 너희들이 정말 존경스럽지만 부럽진 않다’고요.”(웃음) <br>NEW 제공
이번 작품에서 아시아를 장악한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정조준하는 형사 원호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42)은 “이정표가 정확한 영화였는데 따라가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했다.

“시나리오만 보면 ‘답 나온 영화’였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깨지고 도움닫기 해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들이 어려울 게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보니 시나리오에서 보이지 않던 묘한 감정, 머뭇거림들이 자꾸 생겨나더라고요. ‘이게 뭐지? 이 영화 참 희한하다. 이건 배신인데?’ 했죠. 외피만 보면 아주 직설적인 범죄 오락 영화인데 막판에 가서 많은 상념에 들게 했어요.”
영화 ‘독전’
유령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 선생’을 쫓는 그는 조직에서 버림받은 락(류준열)과 손을 잡는다. 락을 통해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의 마약 거래 계획을 미리 간파해 거래를 주도하는 수사를 기획한다. 2016년 김원석 감독의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재한 형사 역으로 단단한 연기를 보여 줬던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반가울 역할이다. 그는 “특정 직업군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형사 역이라는 건 같지만 결은 다르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맹목적이면서 인간미 있는 형사를 생각해서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원호는 제가 ‘왜 이렇게까지 집착해서 이 선생을 잡으려 할까’ 거듭 질문하며 작업할 만큼 내달려요. 그러다 보니 그 말이 ‘내가 왜 계속 연기를 하고 있나’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락이 원호에게 묻는 말 ‘이제 어쩌실 거예요?’도 그랬고요. 결국 ‘독전’은 ‘왜 배우를 하게 됐나’라는 질문과 맞닥뜨린 작품인 셈이죠.”

영화에서 그는 마약을 흡입해 쇼크를 일으키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시선을 압도한다. 마약상인 진하림 행세를 하며 마약 조직의 임원인 선창(박해준)을 속이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는 “우연히 소금을 흡입해 건졌다”고 너스레를 떨며 당시의 고통을 복기했다.

“약을 코에 대면 감독님이 ‘컷’을 하셔야 되는데 아무 말도 없길래 쓱 코로 빨아들였어요. 그런데 소품팀이 소금을 갖다 놓은 거예요. 난 소금인지 몰랐지. 와~ 바닷물에 거꾸로 박힌 느낌이고 죽을 것 같더라구요. 세수를 하고 거울을 봤더니 눈이 잔뜩 충혈되고 약에 홀린 듯한 눈이라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촬영하기 딱 좋은 상태라 네 번이나 소금을 흡입해서 찍었죠. 소품팀 스태프가 ‘죄송하다’며 우는데 ‘야, 좋은 장면 건졌어. 고마워’ 했어요.”(웃음)

쉴 틈 없이 내달리는 영화 속 서사만큼 조진웅도 배우로 쉼 없는 이력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해 말 ‘대장 김창수’로 관객과 만났던 그는 올해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독전’에 이어 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던 ‘공작’도 올여름 개봉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완벽한 타인’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번 칸 영화제는 현재 참여하고 있는 영화 ‘광대들’ 촬영 때문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스스로는 “짠, 하고 내놨을 때 ‘드셔보세요, 죽이죠?’라고 하고 싶은데 지금껏 어떤 작품도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하지만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마다 존재감을 뚜렷이 남겨 왔다.

‘왜 배우가 됐느냐는 질문에 답은 구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입 주위를 손으로 감싸며 “여기에 할 말이 꽉 차 있는데 아직 나이가 덜 차서 그런지 머뭇거려진다”는 그는 “(앞으로의 작품 행보로) 언젠가는 속이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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