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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차리지 마라, 연명치료 안 받겠다”… 마지막 길도 소탈했다

“격식 차리지 마라, 연명치료 안 받겠다”… 마지막 길도 소탈했다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8-05-21 01:32
업데이트 2018-05-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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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비공개 가족장

고인 유지 따라 조문·조화 사양
계열사 별도의 분향소도 없어
이재용·양승태·홍석현 등 조문
文 “재계 훌륭한 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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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상주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키고 있다. LG 제공
2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상주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키고 있다. LG 제공
떠나는 길도 생전 모습 그대로였다. 재벌 총수이면서도 소탈한 면모로 유명했던 고(故) 구본무 회장은 눈을 감기 전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했다. “연명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은 20일 조용히 ‘작은 거인’의 산소호흡기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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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조문을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20일 오후 조문을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구 회장, 조부처럼 뇌종양 투병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은 조용했다. 고인의 유지를 받아들여 LG그룹과 유족이 “가족 외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일찌감치 밝혔기 때문이었다. 몇몇 그룹에서 보낸 조화가 도착하기도 했으나 LG 측은 모두 돌려보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는 받았다. 문 대통령은 조화에 이어 장하성 정책실장을 보내 조문을 대신하게 했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별이 가셨다. 갑자기 이렇게 돼 더 안타깝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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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오른쪽) LG 회장이 1999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LG 제공
구본무(오른쪽) LG 회장이 1999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LG 제공
LG그룹은 “장례는 비공개 3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면서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했으며,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 했던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빈소 유리문에도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과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장남 먼저 보낸 93세 구자경 회장 칩거

앞서 구 회장은 최근 병세 악화 이후 가족에게 미리 조용한 장례를 주문했다고 한다. 부친인 구자경(93)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는 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구 명예회장은 빈소에는 나오지 않고 자택이 있는 천안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생전 해외 법인 순시나 출장 때에도 비서 한 명만 수행하고 현지에 의전 인력이 마중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이런 뜻에 따라 LG는 그룹이나 계열사 차원의 분향소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발인도 비공개로 가족들끼리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도 외부에 알리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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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2일 LG 그룹 회장으로 취임. LG 제공
1995년 2월 2일 LG 그룹 회장으로 취임.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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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의 호인 ‘화담’(정답게 이야기하다)을 따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조성된 화담숲. LG 제공
구본무 회장의 호인 ‘화담’(정답게 이야기하다)을 따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조성된 화담숲. LG 제공
LG그룹 관계자는 “고인이 지난해 4월 뇌종양 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아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에도 자주 출근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12월 두 번째 수술 이후 올 들어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고인의 할아버지인 구인회 LG 창업주도 62세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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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열린 구자경(앞줄 왼쪽 세 번째) LG 명예회장의 미수연(米壽宴·88세)때 구본무(앞줄 맨 왼쪽) LG그룹 회장과 구본준(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한 사람 건너뛰고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했던 모습. 연합뉴스
2012년 4월 열린 구자경(앞줄 왼쪽 세 번째) LG 명예회장의 미수연(米壽宴·88세)때 구본무(앞줄 맨 왼쪽) LG그룹 회장과 구본준(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상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한 사람 건너뛰고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했던 모습. 연합뉴스
●재계 “큰 별 잃었다” 애도

구 회장 임종 직후 상주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친적과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구 상무의 친아버지이자 고인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오후 3시 넘어 빈소를 찾았다. 부인 김영식씨와 딸 연경·연수씨도 빈소를 지켰다. 조화는 GS그룹 허창수 회장, LS그룹 구자열 회장, LIG그룹 구자원 회장 등 LG 관련 기업과 LG그룹 임직원 일동 명의의 것만 눈에 띄었다.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음에도 오후 들어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모(이숙희)로 인해 LG와 사돈 관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후 4시 1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혼자 빈소 안으로 들어간 뒤 짧게 조문을 마치고 떠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범LG가인 구자원 LIG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구본걸 LF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등의 발길도 이어졌다. 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큰 별을 잃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5-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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