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통일 대통령, 그리고 춘풍추상/이두걸 금융부 차장

[데스크 시각] 통일 대통령, 그리고 춘풍추상/이두걸 금융부 차장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8-04-26 22:10
수정 2018-04-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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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논설위원
역사에는 가정이 없을뿐더러 무의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씩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래대로 올 2월 24일까지 임기를 마쳤다면 어떠했을까 떠올린다. 아마도 지난해 초부터 걸핏하면 불거졌던 ‘북핵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모골이 송연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북폭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제거를 대놓고 언급하던 트럼프 행정부를 말리기는커녕 부추겼을 여지가 높다. 그런 면에서 2016년 촛불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남북의 8000만 우리 민족이다.

오늘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맞게 될 ‘봄바람’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북 제재 강화 추세 속에서도 남북 대결 구도는 최소화하고, 결국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ㆍ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를 이끌어 낸 건 절반 이상 그의 공이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수많은 이들이 목놓아 외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이 실현되는 희년(禧年)의 시작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문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냉전의 사실상의 종언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긴장 완화는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호재다. 지정학적 위험을 중요 잣대로 삼는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향후 우리나라 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등급 상향은 조달금리 인하로 이어진다. 주가도 탄력을 받는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선진국 대비 40%, 신흥국 대비 27% 정도 할인 거래되는 ‘코리아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는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경제정책도 박한 점수를 줄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 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은 우리가 언젠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다. 대기업과 수출 중심 경제 체제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서민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로 개편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계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고, 경쟁 당국과 금융 당국의 ‘재벌 바로 세우기’ 작업 역시 더디지만 진전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측근 관련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중생을 친구들과 공유했다’는 이(탁현민 행정관)를 곁에 두면서 어떻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할 수 있을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를 했지만 사과는 없다.

양파처럼 들춰지는 드루킹 의혹과 명백한 초기 부실 수사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결정은 문 대통령의 의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드루킹 의혹을 빌미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야당을 옹호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하지만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한 청년 일자리 추경’(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보다는 지방선거와 정국 운영의 유불리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군자는 (잘못을) 스스로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 비서관실에 액자를 돌린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대한다)이란 글귀와 일맥상통한다. 춘풍추상의 뜻을 다시 떠올릴 때다.

douzirl@seoul.co.kr
2018-04-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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