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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장소의 ‘정치학’…북미, 팽팽한 줄다리기

북미정상회담 장소의 ‘정치학’…북미, 팽팽한 줄다리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18 15:42
업데이트 2018-04-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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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상국가 선언·트럼프와 동급과시 노려 평양 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5곳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최근 거론돼온 장소들이 지닌 정치적 함의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후보지의 정치적 의미, 실용성, 홍보효과 등을 기준으로 치열한 ‘밀당’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냐에 따라 상징성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 후보지로 5곳이 검토된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미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No)”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지금까지의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평양, 판문점, 제주도, 울란바토르(몽골), 스톡홀름(스웨덴)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서 북한은 평양 개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개최지로도 평양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안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 대내외에 세계 최강 미국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정상국가이자 미국의 상대임을 알리는 이벤트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에 대한 의전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최상급 대우하면서 마음을 뺏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평양 방문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선 평양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는 미 조야의 견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확실한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 카드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행정부 내부에선 안전상 문제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을 차단하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호상 수백 명의 미국 선발대가 성조기를 매단 캐딜락을 타고 평양을 누비고 다녀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어마어마한 규모를 인솔할텐데 북한 내부에 미국의 존재감을 알리고 세계의 주목도 받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으로서는 ‘어웨이(away)’이기 때문에 협상을 주도하고 기선 제압하기 쉽지 않다는 부분을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양 이외에 판문점과 제주도도 거론된다. 특히 판문점은 역사적 의미나 실용적인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개최되면 한반도 평화정착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참혹했던 한국전쟁을 ‘정전’했던 자리에서 평화의 매듭을 풀어가는 상징일 수 있어서다. 우리 정부가 바라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철저히 통제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상황이 연출될 여지가 적고 북미 양측 모두 경호 부담도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판문점을 제일 높은 자리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꼽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지인 판문점은, 그 상징성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의 의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의식할 수 있어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이징, 평양, 서울, 판문점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가 만약 판문점에서 만나게 된다면 ‘제2의 몰타’라는 커다란 역사적 상징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몽골 울란바토르와 스웨덴의 스톡홀름도 거론된다. 이처럼 제3국이 회담 개최지로 선택된다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장소의 상징성보다는 회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몽골과 스웨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를 자임하면서, 회담 개최지 제공의지를 밝혀왔다.

몽골은 북한의 우방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북한과 지리적으로 멀지 않고, 직접적인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은 아니지만 ‘울란바토르 안보대화’를 개최하며 북한 핵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북한에 억류된 미국민의 영사 면회 업무 등을 해 왔다. 지난달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담도 스웨덴에서 열렸다.

김현욱 교수는 “몽골과 스웨덴은 주최국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북한과 미국 모두에 중립적인 성격이 있는 국가들이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밖에 영세중립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유학한 경험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나, 과거 북핵 6자회담이 열렸던 중국 베이징 등도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된다. 또 일각에서는 국제 공해상 선박도 가능하리라는 보도가 나온다.

한편, 미국 워싱턴DC도 북한으로서는 ‘평화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미국도 비핵화의 추동력을 높일 수 있는 장소로 한때 거론됐으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비춰보면 현재 유력한 논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경호 문제와 전용기의 성능상 제약 등 현실적인 한계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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