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에 피어나는 낯선 꽃…온난화 ‘두 얼굴’ 보여주다

입력 : ㅣ 수정 : 2018-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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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1개국 35개大 공동연구
“10년간 산지 식물 종 5배 늘어
전통적 한지 식생 사라질 우려”
80년 뒤 강원 침엽수 소멸 전망


세계 지도를 보면 캐나다 오른쪽 위에 거대한 땅덩어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9년 6월 이전까지는 덴마크령에 속해 있다가 지금은 부분 독립한 ‘그린란드’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지나는 피레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아네토산 정상에 피어 있는 세네시오 보이시에리 꽃.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고산지대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피레네생태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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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지나는 피레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아네토산 정상에 피어 있는 세네시오 보이시에리 꽃.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고산지대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피레네생태학연구소 제공

그린란드는 캐나다, 아이슬란드와 국경이 접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동서 길이가 1200㎞에 이르고 전체 면적은 216만 6086㎢에 달한다. 전체 면적 중 85%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데도 왜 ‘푸른 땅’(Greenland)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린란드가 하얀 설국(雪國)에서 나라 이름처럼 푸른 땅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땅 밑에 묻혀 있던 지하자원이 드러나고 있어 새로운 경제 발전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누이트족과 관광자원이 사라진다는 이면 또한 존재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의 다양성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주목된다.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스페인, 슬로바키아 유럽 11개국 35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145년간 유럽 302개 산에서 식물 종 다양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산에서 1957~1966년과 비교해 지난 10년 동안 식물의 종류가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 발간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1870년대 이후 유럽 전역에 걸쳐 수백명의 식물학자들이 기록했던 자료들을 정밀분석하는 한편 직접 식물 관찰을 위해 산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9세기 말에 비해 1957~1966년의 기간 동안에는 302개 봉우리에서 평균 1.1개 종이 증가했으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07~2016년에는 평균 5.5개의 새로운 종이 발견됐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을 따라 뻗어 있는 스칸디나비아 산맥 북쪽과 알프스 산맥 동쪽과 서쪽 부분에서 특히 새로운 종들이 많이 발견됐다. 스칸디나비아 산맥 북쪽에서는 전체 108종 중 54개 종, 동알프스에서는 319종 중 122종, 서알프스에서는 104개 종 중 48개 종이 기존에 관찰되지 않았던 식물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 정상에는 추위와 바람이 심하고 바위가 많기 때문에 이런 척박한 환경에 적응 가능한 식물 종들이 주를 이뤘는데 기후 변화로 이제는 전통적 식물 종들은 사라져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마누엘 스테인바우어 덴마크 오르후스대 생물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와 종 다양성 증가 사이에 양적인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기후 변화가 온도 상승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만 살아남는 형태로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단순히 종의 숫자가 늘어나고 다양해진다고 해서 반길 만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연방 산림·숲·환경연구소(WSL) 손야 비프 박사는 “새로운 종이 기존 종을 얼마나 대체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유럽 이외 지역의 산에서 생물 종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 변화로 인한 산림 식생의 변화는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환경생태학부 연구팀이 ‘한국환경생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가뭄에 의한 수분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고산지역의 침엽수림이 급격하게 고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기후 변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50년쯤 강원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함께 있는 혼효림이 2.8%로 축소되고 2100년이 되면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제주 지역에서만 자라는 아열대 산림이 남부해안지방까지 확대될 것이라고도 연구팀은 전망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4-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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