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선 지낸 하원의장
트럼프로 인한 좌절감 분석도일각에선 대통령 출마설 제기
도널드 트럼프(앞)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마이크 펜스(뒤 왼쪽) 부통령과 폴 라이언(오른쪽) 하원 의장을 비롯한 청중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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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라이언 의장의 은퇴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화당 내 온건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파 사이의 틈새가 벌어지면서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에 실패한다면 ‘책임론’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 라이언 의장은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 매체인 악시오스는 “라이언 의장의 은퇴 결정 이유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좌절감”이라고 분석했다. 또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메시지를 던지는 과정에서 공화당 지도부 등과의 논의를 배제하는 경향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분열이 아니라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포괄적이며 열망에 찬 정치를 강하게 지지한다”면서 “정체성 정치가 활개 치고 이런 극단화 때문에 이 나라에서 정치적 선의를 가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현재 미국 정치판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공화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현직 의원 중 43명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재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0명은 완전한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13명은 다른 공직 도전을 밝혔다. 여기에 1998년 이후 10선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공화당 최고인사가 된 라이언 의장까지 가세하면서 중간선거의 위기감은 더욱 커진다.
라이언 의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 출마설도 제기된다. 은퇴로 중간선거 패배 책임에서 비켜 난 뒤 공화당 재건을 명분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의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마한 적이 있다.
라이언 의장은 1998년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15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강경 보수파와의 갈등으로 돌연 정계를 은퇴한 이후 의장직을 맡았다. 2012년 대선에는 밋 롬니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등 40대 기수론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특히 2016년 대선 과정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히스패닉계·여성·성 소수자 등에 대한 숱한 막말 파문을 낳고, 유부녀를 희롱하는 내용의 ‘음담패설 녹음파일’까지 폭로되자 지원 유세를 중단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오바마케어’ 폐지, 감세법안 처리 등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에 협력하며 예상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4-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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