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광장] ‘고독사 안전망’, 핵심은 이웃이다/김인철 서울시 복지본부장

[자치광장] ‘고독사 안전망’, 핵심은 이웃이다/김인철 서울시 복지본부장

입력 2018-03-29 17:26
수정 2018-03-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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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서울시 복지본부장
김인철 서울시 복지본부장
고독사가 인류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대두되고 있다. 초핵가족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일본에선 연간 3만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고 있고 영국에선 6500만 국민 중 900만명이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1인·2인 가구가 전체 387만 가구 중 54%를 차지하면서 가족 중심 돌봄 체계가 무너지고 있고, 옆집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다수인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고독사의 62%는 중장년층 남자에 집중돼 있다. 예상대로 고시원이나 원룸, 쪽방 등 주거취약지역 거주자가 많았고 이혼이나 실업 등으로 가족과 단절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주인, 건물관리인, 이웃 등 지역 주민이 이들의 고독사를 최초 발견하곤 했다.

결국 가장 시급한 것은 고립된 이들을 구해 낼 사회적 관계망 회복이다. 서울시 고독사 종합대책의 핵심 키워드는 그래서 ‘이웃’이다. 이웃공동체를 중심으로 고독사 안전망을 강화해 위험군을 발견하고 관계 단절을 극복하며 빈곤·실직·질병 등은 공공 정책과 연계해 풀어나가는 게 골자다.

먼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 통반장, 주민자치위원 등 10명 내외가 한 팀이 되는 ‘이웃살피미 주민모임’을 만들어 반지하, 옥탑방 등 주거취약가구를 가가호호 살피게 된다. 병원·약국·부동산중개소 등 대부분의 시간 지역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주민들도 고독사 파수꾼으로 활약한다. 예컨대 월세나 관리비를 장기 체납하거나 복용약을 과도하게 구입할 경우 즉각 동주민센터로 연락해 위기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촘촘한 지역사회 ‘이웃공동체’가 고립된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공공의 사회서비스 제공이다. 서울시는 당장의 생계 위기에 놓인 이들에겐 서울형 긴급복지 생계비를, 질병이 있는 이들에겐 정신건강검진이나 만성질환 관리 같은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경제적 자활이 필요한 이들에겐 상담·교육을 통한 일자리 연계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시 정책을 종합 가동해 개개인의 관계 회복과 자활을 맞춤형으로 도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막하기만 한 방문을 두드려줄 누군가를, 눈을 마주하며 대화할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웃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손 내밀고 함께 살아갈 방법,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서울시 고독사 예방 대책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길 당부드린다.
2018-03-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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