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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우주로 떠났다(Stephen Hawking 1942. 1. 8~2018. 3. 14)

별이 우주로 떠났다(Stephen Hawking 1942. 1. 8~2018. 3. 14)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8-03-14 22:48
업데이트 2018-03-1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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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향년 76세 ‘지구와 작별’

갈릴레이 300주기에 태어나
아인슈타인 생일에 세상 떠나

21세 때 루게릭병 시한부 선고
55년 동안 강연·출판 등 활동
‘시간의 역사’ 1000만권 인기
블랙홀·빅뱅 존재 이유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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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로 평가되는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블랙홀과 관련한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시대 최고의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로 평가되는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블랙홀과 관련한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내게 육체적 장애는 어떤 제약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영혼의 장애가 제약이 될 뿐입니다.”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금세기 최고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그가 사랑했고 항상 지켜봐 왔던 우주의 별로 돌아갔다. 이탈리아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300년이 되는 날인 1942년 1월 8일 태어나,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지 정확하게 139년이 되는 날 세상을 떴다는 점이 공교롭다.

호킹 박사의 자녀들은 이날 부친이 별세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아버지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으며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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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스티븐 호킹(왼쪽 네 번째) 박사가 서울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환영만찬회에서 김영삼(첫 번째) 당시 민자당 대표, 김대중(두 번째) 당시 평민당 총재 등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 9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스티븐 호킹(왼쪽 네 번째) 박사가 서울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환영만찬회에서 김영삼(첫 번째) 당시 민자당 대표, 김대중(두 번째) 당시 평민당 총재 등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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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에서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호킹 박사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며 갈릴레이처럼 우주를 연구했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1963년 1월 21세의 나이에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F), 일명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2년 반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들의 시한부 선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76번째 생일까지 55년을 생존했다. 이 때문에 호킹 박사는 현대 의학계에서도 놀라운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호킹 박사의 업적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신체적 장애를 뛰어넘은 위대함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호킹 박사의 업적을 압축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반드시 특이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블랙홀도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반드시 검은색 구멍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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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가 1995년 자신의 간호사인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을 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호킹 박사가 1995년 자신의 간호사인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을 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호킹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한 결과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결시켜 ‘우주가 팽창한다면 반드시 그 시작이 있다’는 의문점에서 출발한 ‘특이점들과 시공간의 기하학’이라는 불세출의 논문을 1966년에 발표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지 불과 3년 뒤다. 호킹 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빅뱅이나 블랙홀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또 이전까지 블랙홀은 강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서 ‘검은색 구멍’이라고 불린 것인데 호킹 박사는 블랙홀의 경계구간인 이벤트 호라이즌 근처에서는 블랙홀도 빛을 내고 에너지를 내뿜는 ‘호킹 복사’를 통해 블랙홀의 질량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소멸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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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재위하던 2008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과학과 신앙을 논하는 회의에서 호킹 박사를 만나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재위하던 2008년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과학과 신앙을 논하는 회의에서 호킹 박사를 만나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호킹 박사를 현대 과학의 슈퍼스타로 만들어 준 ‘호킹 복사’는 이론적인 예측으로 많은 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실험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꼽히는 호킹 박사는 평생 노벨물리학상 수상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호킹은 입버릇처럼 “육체적 장애는 나의 영혼을 가두지 못한다”고 말하며 학문적 활동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활발하게 만나며 주목받았다. 특히 1988년 펴낸 ‘시간의 역사’는 “구입한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오명을 갖고 있음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영국 내에서도 237주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호킹 박사가 대중들에게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 책 덕분이라는 평가다.

또 SF 드라마 ‘스타트랙’과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등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광고 목소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선 버스 캠페인에 참여하고 영국 국민건강보험 민영화 반대 운동 등 사회 문제에도 적극 참여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환경 파괴 등으로 지구를 떠나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남 교수는 “호킹 박사가 최고의 과학자라고 평가받는 것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사고실험을 통해 천체물리학에서 놀라운 연구성과를 발표해 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호킹의 타계에 대해 “그의 이론은 우리와 세계가 탐사하던 우주의 가능성을 열어보였다”면서 “당신이 2014년 우주정거장에 있던 비행사들에게 말한 것처럼 슈퍼맨처럼 극미중력상태에서 계속 날기를 바란다”며 조의를 표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스티븐 호킹 약력

- 1942년 1월 8일 영국 옥스퍼드 출생

 - 1959년 17세 옥스퍼드대 입학

 - 1963년 루게릭병 진단

 - 1965년 케임브리지대 박사학위 취득

 - 1974년 영국 왕립학회 회원

(아인슈타인 상과 휴스 메달 수상)

 - 1975년 케임브리지대 응용 수학 및

이론 물리학과 교수

 - 1979년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 1982년 영국 대영 제국 훈장 3등급

 - 1985년 영국 왕립천문학회 골드 메달

 - 1988년 대중 과학서 ‘시간의 역사’ 발간

(세계적으로 1000만권 이상 판매)

 - 1990년 9월 한국 방문, 서울대 등에서

‘블랙홀과 아기우주’라는 주제로 강연

 - 1999년 미국 줄리어스 에거드 릴리엔펠트상

 - 2009년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

 - 2018년 3월 14일 케임브리지 자택서 사망
2018-03-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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