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평균 1634건… 4년 새 3배↑
‘학생의 교사 성희롱’도 100여건학교 비정규직 21% 피해 경험
가해자 징계 약해 성폭력 반복
대학생 A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의 한 여자중학교 재학 당시 교사 B씨에게 상습 추행당했다며 공개 사과와 사직, 경찰 자수를 요구했다. A씨는 “B씨로 인한 수많은 피해 사례가 제보되고 있다”면서 성희롱, 신체 접촉 등 제보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피해자 측 조사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 출발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사회 전 영역으로 번지는 가운데 A씨처럼 학교 안 성폭력을 폭로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학내 성폭력이 얼마나 빈번한지는 통계로도 확인됐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올라온 성폭력 사건은 2013년 878건(피해 학생 1075명), 2014년 1429건(1885명), 2015년 1842건(2632명), 2016년 2387건(3426명) 등으로 4년 동안 2.7배 늘었다. 학교 안에서 해마다 성폭력 사건이 평균 1634건 발생했으며 학생 2255명이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 여학생 63% “자살 생각”
성폭력은 학생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남긴다. 한국사회복지학회지에 지난해 11월 실린 김재엽 연세대 교수의 ‘여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의 관계’ 논문을 보면 중·고교 여학생 1019명 가운데 16.2%(165명)가 어떤 유형의 성폭력이든 겪은 적이 있고, 이들 중 63.6%(105명)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교사가 학내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교육부 교권침해 현황 자료를 보면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전체 교권침해 사례의 3% 정도였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조사를 해 보니 학교 비정규직 가운데 21.2%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교장이 조리실무사들에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온라인 공간에도 자신의 학내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학교 안 성폭력 사례를 제보하는 페이스북의 ‘스쿨미투’ 페이지에는 11일까지 모두 70여건의 제보 글이 게시됐다.
●가해자 113명 중 16명만 중징계
학교 성폭력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가해자 징계가 약하다는 점이 꼽힌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에만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이 113명인데 이 가운데 14명은 견책·감봉 등 경징계, 16명은 중징계 중 정직 처분을 받아 교단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03-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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