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법과학 어디까지
포르투갈·美 등 6개국 연구팀조직별 유전자 발현 차이 확인
“과학수사 한 단계 업그레이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천문학 지식 없음. 철학·문학 지식 없음. 식물학 지식은 독성 물질에만 해박, 지질학 지식은 실용적이지만 한정적, 화학 지식 전문가급, 해부학 지식 정확, 걸어다니는 범죄학 사전, 필체 분석과 향수 감별 전문가급, 담뱃재에 대한 지식 상당.”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191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주홍색 연구’의 한 장면. 이 작품에서 셜록 홈스가 사용하는 수사 방법은 현재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영화협회(BFI) 제공
영국영화협회(BFI) 제공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CSI : 라스베이거스’의 한 장면. 최근 국제공동연구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죄 사망자의 사망 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미국 CBS 제공
미국 CBS 제공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DNA와 RNA 같은 유전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빠르게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과학수사대원이 증거를 채취해 들고 나오는 장면.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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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혈액을 제외한 신체조직 대부분은 사후 기증받은 것들이어서 사망시간에 따라 달라진 유전자 발현 상태를 살펴봐야 했다. 그렇게 해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조직의 변화나 특정 질병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망 이후 특정 조직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을 알아보기 위해 GTEx 프로젝트에 기증된 540명의 36개 신체조직 7000여개 시료를 이용해 RNA 염기서열 해독결과를 분석했다. 유전자 발현은 DNA 유전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에서 DNA 유전정보가 RNA에 복사되는 전사과정을 거친다. 사후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RNA만 해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인체 조직에서 유전자는 계속 움직여 변화되고 조직에 따라 유전자 발현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직마다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망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원 게놈조절센터 소속 로데릭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로 사망 이후에도 일부 유전자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망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정밀한 부검 계획안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과학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24시간 이내 짧은 사후 경과시간 동안의 유전자 변화를 관찰했을 뿐이기 때문에 실제 범죄 분석을 위해 사용되려면 24시간 이후 시체에서의 유전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망원인과 연령별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3-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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