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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불공정행위 피해자 돕기보다 가해자 응징 더 좋아해”

“뇌는 불공정행위 피해자 돕기보다 가해자 응징 더 좋아해”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22 10:07
업데이트 2018-02-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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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 투여되면 응징 빈도는 늘어나지만 강도는 약해져

사람의 뇌 회로는 불공정행위의 피해자를 돕는 일보다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불공정·불평등에 매우 예민하다.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를 원하는 것은 인간에게 원초적 본능과 같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이 많다.

걸음마를 걷는 아기들조차 어른의 불공정·불평등한 처사나 다른 아기의 지나친 욕심을 보면 분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사람에겐 불공정한 일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거나 그 희생자를 돕는 성향이 있으며, 이는 개인적 정의감 때문만은 아니며 공정성이 사회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불평등(불공정)에 관한 인식은 일상의 작은 다툼이나 문화간, 국가간 쓸모없는 분쟁에 이르기까지 충돌의 전조이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설문이나 행동관찰 등을 통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방법으로 한 것이다.

네덜란드 레이든대학 미러 슈탈런 교수팀은 이와 관련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즉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뇌신경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실험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젊은 남성 53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정의의 게임‘을 하도록 하고 관찰하는 한편 기능성 뇌영상장치로 실시간 촬영하고 변화를 분석했다.

이 게임에선 2명이 각기 200개의 칩을 가지고 논다. 둘 중 이른바 ’부정행위자‘(taker)는 게임상대(partner)의 칩을 100개까지 훔칠 수 있다. 파트너는 남은 칩을 모두 또는 일부 소비해 테이커의 칩을 줄이는 응징행위를 할 수 있다.

또 게임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이 관찰자(Observer)로 지켜보다가 자신의 칩으로 부정행위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도울 수 있다. 실험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진행됐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피해자를 돕는 일보다는 부정행위자 응징에 더 적극적이었다. 실제 뇌 영상에선 보상과 관련한 뇌 부위가 응징 때 훨씬 더 활성화됐다. 이는 피해자 돕기 보다는 가해자 응징이 뇌를 더 만족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이 피해자일 때는 뇌의 앞뇌섬이, 제3자일 때는 편도체가 관여하는 것이 관찰됐으며 이에 따라 처벌강도도 서로 달랐다.

한편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를 절반으로 나눠 한쪽엔 코에 옥시토신을 스프레이로 투여하고, 다른 쪽엔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하는 실험도 했다.

’애착과 포용‘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 때 특히 많이 분비돼 모성애를 강화하며 공감력과 관대함, 협력적 행동, 오르가즘 등에 관여하는 뇌신경조절물질이다.

이 실험을 한 것은 이 호르몬이나 공감과 협력적 행동 감각 증대가 불공정 인지와 대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확인하고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다.

슈탈런 교수팀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선 옥시토신 투여 그룹이 빈둥대며 노는 일종의 ’무임승차자‘에 대해 더 자주 화를 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옥시토신이 소위 ’이타주의적 처벌‘(제3자가 부당행위자와 희생자 간 갈등에 개입하는 일)을 강화하는 증거라고 발표했었다.

이번 실험에선 옥시토신 투여 그룹은 비투여그룹에 비해 불공정행위를 처벌하는 횟수가 훨씬 많았다. 대신에 처벌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손으로 팔뚝을 찰싹 때리는 정도‘로 강도가 낮아졌다.

연구팀은 또 옥시토신이 불이익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일 때도 불공정행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케 했으며 이는 집단의 중요가치와 이익이 처벌 행위 결정에 고려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끊임없는 분노심에서 과도한 처벌로 일관하지 않고 경미한 위반에 대해선 관대한 수준의 처벌을 함으로써 사회적 응집력을 유지하려는 조절 시스템과도 관계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Neurosci)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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