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인프라 ‘빈익빈 부익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정확히 8일 전인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1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 차이는 바로 ‘초동 대처’와 ‘방화 시설’에 있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경찰과 소방관들이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7시 56분쯤 본관 3층에서 난 불은 약 2시간 만에 완전히 잡혔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화재 신고 시점도 차이가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화재에서는 불이 난 것을 최초로 인지한 직원이 자체 화재 대응 지침에 따라 ‘코드레드’를 발령하고 즉각 소방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세종병원 화재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자체 진화 시도로 신고가 7분이 늦어진 것이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이 됐다. 세브란스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킨 것도 인명 피해가 없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연 1회 화재 대피훈련을 하며 연 2회 자체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반면 세종병원은 셀프 안전점검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이 두 화재는 서울 등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간의 ‘소방 인프라’ 차이를 여실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 시사점이 적지 않다. 소방청의 ‘스프링클러 설치 유예대상 요양병원의 설치 현황’에 따르면 설치율은 60.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3곳 가운데 71곳이 설치돼 62.8%의 설치율을 나타낸 반면 충북은 12곳 모두 설치되지 않아 설치율 0%를 기록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 병원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 병원에 대해 소방시설 설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은 100병상당 1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8-02-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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