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MB 국정원, 여당도 사찰…개인흥신소 같았다”

민병두 “MB 국정원, 여당도 사찰…개인흥신소 같았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1-24 14:00
수정 2018-01-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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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정치 사찰을 진행했다고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도 불법사찰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화 나누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서울신문 DB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화 나누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서울신문 DB
민병두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밤에 추가로 제보를 받고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총선에 임박해서는 (상부에서) 이메일 주소들을 줬는데, 뒤져보니 당시 여당 관련자들도 굉장히 많더라고 했다”면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대한 사찰 가능성을 추가로 폭로했다.

전날 민병두 의원은 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북공작국의 특수활동비 가운데 일부를 따로 빼서 한명숙,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이른바 ‘포청천’ 공작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는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은 “자기(국정원 직원)들은 (상부에서) 이메일 주소만 줬기 때문에 누군지 몰랐는데, 그걸 뚫어보니 여당 관련자들 또는 여당 공천 신청자들도 있더라고 했다”면서 “공천할 때 자료로 쓰거나, 자기 사람을 쓰기 위해 그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맨 처음에 박지원, 한명숙, 정연주, 최문순, 박원순 5명은 이름이 거명돼 지시가 내려왔고, 그 다음부터는 수시로 지시가 내려왔는데 누구 것인지 모르는 것”이라면서 “이메일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게 되면 이메일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휴대전화를 해킹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국정원은 조직도상 국 밑에 단이 있고, 단 밑에 처가 있는데 해당 처장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한테는 보고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처장은 건너뛰고 단장에게 직보하는 체제였고, 그것을 종합하는 게 내사팀”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포청천팀’ 자금 유용 방식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대북 위장 사업을 위해 별도로 편성한 비용 중 쓰고 남은 돈을 끌어다가, 북한과 연결된 정치인을 조사하는 듯 보이게 ‘유력 정치인 해외 비자금 은닉 실태 조사’ 항목으로 용도 세탁을 한 뒤 사찰에 이용했다고 민병두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미행 감시는 일비로 지출했고, 누가 누구를 만나느냐 단순히 그것만 파악해 내사팀으로 넘겼다고 한다”면서 “내사팀한테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을 캐기 위해 박지원 의원을 특별히 내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대개 5급 직원이 팀장이고 4명씩 구성돼 있다”면서 구체적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병두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도 사찰과 관련해 “수시로 주소가 내려왔고, 2012년 총선에 임박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이었다”면서 “어떤 경우에는 유력 정치인이 ‘이 사람 좀 알아 봐’하면 국정원장이 알아봐 주고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개인 흥신소 비슷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이 업무 프로세스나 보고 계통을 무시하고 사찰에 대한 직접 지시가 내려오는 식으로 운용됐다는 것이다.

유용한 공작금은 격려금 또는 일종의 정보원, 이른바 ‘망원’에 대한 사례비로 제공됐다고 제보를 인용해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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