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당선소감] 자존심과 미래에 흔들렸던 날들… 이제 조금 용기낼 수 있어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당선소감] 자존심과 미래에 흔들렸던 날들… 이제 조금 용기낼 수 있어

입력 2017-12-31 17:18
수정 2017-12-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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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얼마 전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일터였지만, 계약 기간이 다 되어서 나왔습니다. 자리를 정리하면서, 덤덤할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씁쓸해하지는 않으려고 했습니다. 지금부터 한번 제대로 글을 써보자. 더는 미루지 말자. 그랬던 그 밤만큼은 마음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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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자주 흔들렸습니다. 자존심과 미래가 특히 그랬습니다. 너무 건방지게 맞섰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일이 닥칠지 전혀 모른다는 듯이 꿈꿨습니다.

네가 갈 길이었으면 벌써 눈에 띄고도 남았다. 인제 그만 단념하고 살길 찾아라. 제게 던져진, 저를 위한 충고들의 무게에 눌려 있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반박할 수 없어서 여러 날을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결국 살길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른 거라고, 은밀하게 위로하며 지냈습니다.

당선 소식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자극에 약한 저로서는 그것을 천천히 소화해야 했습니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무력하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로워졌습니다. 기쁨과 두려움이 한데 엉긴 이 낯선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나눌 수도 없어서 그랬습니다.

이제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그러면서 더 과감히 나아가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가능성을 찾으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밀어붙여서 그 결과를 손에 넣겠습니다.

가족, K, 서울과 인천과 춘천 그리고 벳푸에 있을 친구들, 202호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결같이 지지해 주어서 쓸 수 있었습니다.

■김민수 ▲1986년 서울 출생
2018-01-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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