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언론의 앞날을 고민할 때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언론의 앞날을 고민할 때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17-12-10 21:32
수정 2017-12-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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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는 언론계에서 가짜뉴스가 화두를 차지했다. 가짜뉴스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기사 내용이 편향적이며 제작 완성도가 낮아 신뢰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뉴스를 말한다. 일종의 사이비 뉴스다. 가짜뉴스가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염병처럼 퍼지자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사명으로 삼아야 하는 언론의 위상마저도 상처를 입었다. 뉴스 전체를 통틀어 독자들의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심지어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보도하는 뉴스가 진짜뉴스이고, 그렇지 않은 내용의 뉴스는 가짜뉴스라고 억지 주장을 세우는 구실로 악용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가짜뉴스 탓하기’는 정치지도자들이 재빠르게 배워 자신들의 입지 세우기에 써먹고 있다.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언론의 물은 흐려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법으로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언론윤리 교육, 미디어리터러시 프로그램, 자율적 심의로도 해법을 찾을 수 있으므로 다방면에서 지혜와 노력을 모은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언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짜뉴스의 원조는 1874년 미국의 ‘뉴욕헤럴드’ 신문이었다. 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당시 언론계의 과열경쟁 풍토를 반영하듯 1면 전체를 만화로 장식하여 뉴욕시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탈출한 맹수들이 시민들을 습격했다는 허위보도 사건이 있었다. 이를 반성하는 계기로 뉴스의 정확성과 진실성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언론이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을 요구받게 되었다.

올해 언론계의 두 번째 화두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논란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보고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에 따르면 국내 뉴스 이용자 중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77%라고 한다. 포털사이트가 언론사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그에 준하는 책임과 관련법에 따른 감독 및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대두돼 왔다. 포털사이트에 가려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는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뉴스를 어떤 언론사가 작성하고 제공한 것인지 모른다고 답한 이용자가 50%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언론사로서는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으로 종이신문의 구독률과 열독률도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국민 대부분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신문 기사를 접하고 있다. 뉴스 시장에서 소비자의 발길이 붐비는 ‘알짜’ 플랫폼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뉴스 공급에서 포털사이트가 ‘갑’이 되고, 정작 주체여야 할 언론사는 ‘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언론사들은 머지않아 괴사하는 사태까지 발생할지도 모른다.

언론사는 사회적 자산이자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언론은 포털사이트가 뉴스 유통을 주도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주도권을 내주고 종이신문 쇠락의 진퇴유곡에서 언론사는 적절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고육지책으로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축소할 텐데 인건비 축소는 기자 인력 감축으로 직결된다. 취재 기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뉴스는 품질이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남아 있는 기자들도 업무과중의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언론사는 종이신문 제작을 줄이거나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대로는 우리 모두 언론의 추락을 방조하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해결책의 실마리로 인터넷에서 언론사가 뉴스 공급 주도권을 갖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가 포털사이트를 경유해도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완성품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언론사는 뉴스 웹사이트의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모바일에 친숙한 뉴스 인터페이스를 갖춘다면 다양한 이용자 계층의 뉴스 욕구를 채워 줄 뿐 아니라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017-1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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