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뷰 순위 올려라 ‘클릭부대’ 된 日공무원

페이지뷰 순위 올려라 ‘클릭부대’ 된 日공무원

김민희 기자
입력 2017-11-08 23:48
수정 2017-11-0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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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납세’ 유치전 과열

일본 지자체들의 ‘후루사토 노제’(고향 납세)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한 지자체가 관련 홈페이지의 페이지뷰를 조작하는 사건마저 적발됐다.
일본 후쿠이현 사카이시에서 후루사토 노제(고향 납세)를 하면 주는 답례품. 사카이시 홈페이지
일본 후쿠이현 사카이시에서 후루사토 노제(고향 납세)를 하면 주는 답례품.
사카이시 홈페이지
후루사토 노제는 자신의 고향이나 지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세금 형식으로 기부를 하면 그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만약 한 직장인이 주민세 30만엔, 소득세 30만엔을 내야 한다고 하면 그는 현 거주지인 도쿄에는 주민세를 20만엔만 내고, 나머지 10만엔을 자신이 대학을 다녔던 오이타현에 낸다. 오이타현은 세액의 30%인 3만엔가량의 지역 특산품을 답례로 보낸다. 납세자 입장에선 기왕 내는 세금에 고급 답례품을 얹어 받으니 좋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 도입된 후루사토 노제는 이용자가 매년 폭증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0년 3만 3458명에 불과했던 이용자는 2015년 현재 129만 8719명으로 늘어났고, 기부액도 1471억 302만엔(약 1조 4400억원)을 기록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려 온 군소 지자체도 후루사토 노제를 통해 세입이 늘어나고 지역 홍보 효과도 볼 수 있으니 대환영이다. 지자체들은 후루사토 노제 유치에 앞다퉈 나섰다. 와규, 사케, 각종 과일 등 지역 특산품을 앞세워 유치전을 펼쳤고 지난해에는 아이패드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까지 답례품으로 등장하는 등 과열 양상을 띠었다.

이런 가운데 가고시마현 시부시시(市)가 시청 공무원을 동원해 답례품 소개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페이지뷰를 늘려 시의 이름이나 시의 답례품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시부시시는 지난해부터 1300개 지자체의 답례품을 볼 수 있는 ‘후루사토(고향) 초이스’라는 사이트의 사용법을 시청 직원들에게 배포해 페이지뷰를 올리도록 지시했다. 이에 힘입어 10월의 페이지뷰에서 시부시시는 1위를 세 번 차지한 지자체에 한정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답례품 인기 순위에서는 고기 부문에서 와규가 6위, 해산물 부문에서 장어가 4위를 차지하는 등 시부시시의 답례품이 상위에 랭크됐다. 후루사토 노제 이용자들이 인기도가 높은 답례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처사다.

페이지뷰 조작으로 시부시시는 지난해 22억 5000만엔의 기부액을 모금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3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 기부액은 시부시시 전체 세입의 9%를 차지했다. 시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캐릭터 중 최고를 뽑는 캐릭터 그랑프리에 투표를 부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온당하지 않은 행동이라면 그만둬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시부시시는 지난해 9월 답례품 중 하나인 장어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장어를 의인화한 수영복 차림의 소녀를 등장시켜 여성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각 지자체에서 후루사토 노제 유치를 위해 답례품 경쟁이 달아오르자 총무성은 지난 4월 답례품의 금액을 기부액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전자제품 등 지나친 고가의 답례품은 하지 않도록 지자체에 통지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2017-11-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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