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던 6년 군함도 생존자 “강제 징용 비참함 계속 알릴 것”

지옥 같던 6년 군함도 생존자 “강제 징용 비참함 계속 알릴 것”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10-14 17:22
수정 2017-10-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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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조선인 청년들 수시로 몽둥이 맞고 인간 이하 대우
당시 9살 구연철씨 “강제 징용자 비명소리 잊을 수 없어”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서 ‘군함도 증언 및 간담회’ 개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인 일본 나가사키현 군함도(하시마)에서 지옥 같던 6년의 시간을 보낸 군함자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70여년 전인 1939년 9살의 나이로 군함도에 갔던 구연철(87·부산) 씨는 끔찍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몽둥이를 맞으며 고통스러워하던 강제 징용자 비명을 잊을 수가 없다”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알리기 위해 계속 증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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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생존자 구연철 씨
군함도 생존자 구연철 씨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장인 일본 군함도(하시마)의 생존자 구연철(87,부산) 씨가 14일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재갑 초대전 ‘군함도-미쓰비시 쿤칸지마’에 전시된 군함도 내 일본인 주거시설 사진을 보며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구씨는 군함도에 먼저 간 아버지가 불러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군함도에 들어가 9∼15살까지 어린시절을 보내고 해방을 맞아 귀국했다.
연합뉴스
구씨는 14일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이재갑 초대전 ‘군함도-미쓰비시 쿤칸지마’의 연계 행사인 ‘군함도 증언 및 간담회’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구씨는 군함도에 먼저 간 아버지가 불러 할머니·어머니와 함께 입도했다. 구씨의 아버지는 조선에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 군함도에 ‘모집 광부’로 지원해 가족과 함께 살기로 했다.

구씨는 부산에서 관부 연락선을 탄 뒤 사흘여 만에 군함도 관리사무실에서 아버지와 재회했지만 충격적인 모습에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양복과 넥타이를 맸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일본의 전통 남성 속옷인 훈도시만 입고 온몸에 석탄 가루를 뒤집어쓴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구씨는 “의자에 앉아 일하던 관리사무소 직원 중에 아무리 찾아도 아버지가 안 보여 두리번거리는데 온몸이 시커먼 남자가 다가와 ‘철아∼’라고 불러 고개를 들어보니 아버지였다”고 울먹였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20대 전후의 조선인 청년들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다. 관리사무소와 식당 주변에서 이들이 수시로 몽둥이 등에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거친 비명을 거의 매일 들으며 학교와 집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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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사진전 관람하는 생존자
군함도 사진전 관람하는 생존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장인 일본 군함도(하시마)의 생존자 구연철(87,부산) 씨가 14일 부산시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재갑 초대전 ‘군함도-미쓰비시 쿤칸지마’에 전시된 군함도 전경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콩깻묵 찐 것을 밥 대신 먹었다. 구씨는 “배가 고파도 먹을 게 없어 찐 콩깻묵을 먹어야 했고 어김없이 설사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사는 곳은 더 비참했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인들이 사는 번듯한 주거시설의 지하에 살았다. 구씨는 “주거공간에는 통풍이 안 돼 습기가 가득했다”고 증언했다.

구씨 가족은 군함도에서 6년 뒤인 1945년 해방을 맞아 귀국했다. 구씨는 지난해 해방 이후 처음으로 군함도를 다시 찾았지만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생활했던 주요 공간은 공개가 안 돼 보지 못한 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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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생존자 구연철 씨
군함도 생존자 구연철 씨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장인 일본 군함도(하시마)의 생존자 구연철(87,부산) 씨가 14일 부산시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군함도의 생활 등을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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