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예방수칙
날씨 추워질수록 환자 급증…최근 5년간 50만명 늘어나고혈압약 변비 가능성 높여 수분·식유섬유 섭취 늘려야
사우나·코감기약 복용 주의…실내 운동하고 보온 신경써야
낮과 밤의 기온 격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서 요즘 아침에는 제법 쌀쌀한 느낌이 듭니다.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더위가 빠르게 물러나고 바로 가을을 맞이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면 우리 몸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혈관은 수축과 이완 작용을 통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작스럽게 온도가 낮아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합니다.
●가을 초입에 혈관질환 위험 높아져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집계한 2015년 월별 고혈압 환자수를 분석해 보니 8월 310만 566명에서 9월 307만 140명으로 다소 줄었다가 10월에는 323만 824명으로 급증했습니다. 12월은 331만 9404명으로 최고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돌아오는 가을 초입은 고혈압 환자나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이 대비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신장질환 등의 각종 혈관질환 위험이 급증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젊어서 괜찮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중년층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늘어난 고혈압 환자수가 50만명이나 됩니다. 2015년 기준 사망 원인 22%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순환기 계통 질환입니다.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우선 고혈압 환자는 변비를 조심해야 합니다. 변비는 변을 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이거나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는 등 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고혈압이 있으면 변비가 더 잘 생깁니다. 박성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약 중 ‘이뇨제’는 몸의 수분을 배출시켜 변이 딱딱해지기 쉽고 ‘칼슘길항제’는 장운동을 줄여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비가 생겨 무리하게 힘주면 혈압이 높아져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추운 겨울에 화장실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환자가 있다고 합니다. 박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하루 1ℓ 이상 수분을 섭취하면서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된 채소나 과일을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우나도 주의해야 합니다. 고혈압이 있다면 45도 이상의 너무 높은 온도는 피하고 총 목욕 시간은 15분 이내,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분 이내로 제한해야 합니다. 특히 찬물과 더운물을 오가는 냉온욕은 혈압을 급격히 높일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코감기약도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어 과도하게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 4~5회 규칙적인 운동 바람직
혈압을 잘 조절하려면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최대 심박수의 50~60%로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하면 됩니다. 또 주 4~5회, 1회 30~60분씩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박 교수는 “러닝머신, 암벽등반, 역기, 축구, 농구 등 무리한 운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을은 겨울에 대비해 혈압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적당한 운동과 식단관리는 필수다. 서울신문 DB
가을에는 식욕이 높아집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육류의 기름, 닭 껍질, 소시지, 베이컨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채소와 잡곡, 콩류,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나친 칼로리 섭취 자제해야
본격적으로 추위가 찾아오면 번거롭더라도 외출할 때 한 겹 더 챙겨 입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추운 밤에는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덮는 것보다 얇고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겹쳐 덮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날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종종 잠옷을 입은 상태로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가 심장발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불 속과 방안의 온도차가 크지 않도록 미리 난방기기를 점검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추운 겨울 대문 밖으로 나갈 때도 겉옷을 충분히 입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외출할 때 장갑이나 목도리, 모자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목욕 뒤 젖은 몸은 욕실 안에서 충분히 닦고 머리를 즉시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는 게 좋습니다. 이광제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혈압이 있으면 특히 외출 직전이나 야외에서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음주는 초기에는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온기를 느끼게 해주지만 곧 내부 장기에서 열손실을 일으켜 고혈압을 유발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09-0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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