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자상 세우는 데 일본보다 한국서 시간 더 걸려”

“강제징용자상 세우는 데 일본보다 한국서 시간 더 걸려”

입력 2017-08-13 22:38
수정 2017-08-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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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광장에 선 ‘노동자상’… 김운성 작가 인터뷰

“강제징용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하나의 형상으로 압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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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전날 제막식을 연 이 노동자상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제작됐다. 곡괭이는 고된 노동을,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전날 제막식을 연 이 노동자상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제작됐다. 곡괭이는 고된 노동을,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52)씨는 지난 12일 동상 제막식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징병, 광산, 농장, 군수공장, 토목공사 등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고통을 겪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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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오른쪽)씨. 연합뉴스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오른쪽)씨.
연합뉴스
용산역은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로 징용하거나 모집해 일본으로 데려간 전초기지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100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용산역광장에 집결해 나가사키 군함도 등 일본과 사할린, 쿠릴 열도, 남양군도 등으로 끌려갔다.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질병과 지진, 원자폭탄 투하 등으로 사망했다.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부인 김서경(53)씨와 제작했던 김씨는 이번 노동자상 제작에 대해 “일본에는 바로 세워졌는데 오히려 한국에 세우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면서 “(동상을) 만들긴 작년에 다 만들었다. 이는 아직도 친일파들이 알게 모르게 작동한다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자상은 지난해 8월 24일 일제 강제징용 역사를 증언하는 일본 교토시 단바 망간광산 기념관에 처음 세워졌다. 이어 두 번째 동상을 바로 제작했지만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초 올해 삼일절에 제막식을 하려고 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부지라 부적절하다’며 건립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노동자상은 평화의 소녀상과는 달리 ‘예술로의 승화’ 측면에서 성에 차지 않는다”면서 “동상을 세우기에 앞서 조사를 하다 들은 애절하고 애잔한 많은 얘기를 형상화해야 하는데 이를 승화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이번에는 탄광에서 일한 피해자만을 형상화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착취당한 피해자들도 반드시 작품으로 다뤄 사람들이 강제징용 피해자 모두를 기억하게 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시리즈’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인 피해자뿐 아니라 이들을 도와준 일본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작품에 담아 내고 싶다”면서 “예술을 통해 슬픔과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고, 그래야지 더 참혹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7-08-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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