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층에 더 무서운 폭염

입력 : ㅣ 수정 : 2017-08-0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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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노인·노동자 등 잇단 사망
찜통더위 속에서 빈곤층과 노인층의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폭염 피해가 약자에게 집중되면서 빈부 격차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에서는 주말 이틀 사이 무더위에 무려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지난 5일 오후 5시 55분쯤 진도군 의신면 고추밭에서 A(91·여)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70대 노인 대야 안에서 숨진 채 발견

같은 날 오후 7시 16분쯤엔 진도군 조도면 주택 마당에서 B(7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운 날씨에 안부를 확인하러 방문한 주민이 대형 고무대야 안에서 숨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시신에 외상은 없었다. 김용갑 진도경찰서 수사과장은 “어른 무릎 높이의 타원형 대야에 물이 반 정도 차 있었고 얇은 티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상반신이 물속에 잠겨 있었다”며 “더위를 먹으면 빈혈 증세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던 B씨가 더위를 참다 못해 대야에 수돗물을 받아 몸을 식히다가 급사했을 가능성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6일 오후 2시 7분쯤엔 강진군의 한 웅덩이에서 C(73)씨가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심장계 질환이 있는 김씨가 불볕더위에 길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 3일 오후 4시쯤 집을 나간 D(84·여)씨가 며칠째 돌아오지 않아 경찰이 수색 중이다

4일 오전 10시쯤엔 경기 화성시의 도로 맨홀 안에서 작업하던 30대 인부 2명이 숨졌다. 2일 오후 3시쯤엔 세종시의 공사 현장에서 E(26)씨가 체온 40도가 넘는 상태에서 사망했다. 같은 날 낮 12시쯤엔 경기 가평군 포도밭에서 일하던 F(84·여)씨가 숨졌다.

●“무더위 쉼터·노인돌보미 활성화를”

이들은 정부의 폭염 특보 발령에도 생계 때문에 뙤약볕 아래서 일하거나 피서 방법을 찾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안전처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주의를 주고 있지만 농촌 노인층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아 대처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무더위 쉼터와 노인돌보미 등 지방자치단체의 폭염 대처가 더 현실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폭염 속 육체노동자들에 대해 철저한 안전수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폭염을 단순히 여름철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쉽게 생각한다”며 “고령자와 독거노인, 어린이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7-08-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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