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교실’ 여고 교장 “좋은 대학 못가면 성 팔게 될지도 모른다”

‘몰카 교실’ 여고 교장 “좋은 대학 못가면 성 팔게 될지도 모른다”

김서연 기자
입력 2017-08-04 14:25
수정 2017-08-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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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교사가 여학생들만 있는 교실에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논란이 된 경남 소재 모 여고가 이번엔 학교 교장의 ‘훈화’로 구설에 올랐다.
몰래카메라(자료 이미지)
몰래카메라(자료 이미지)
4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지난해 3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훈화 연설에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을 못 하고 그러면 성을 팔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들은 한 학생은 지난 6월 6일 국민신문고에 ‘여성혐오 발언(성녀와 창녀 구분)‘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 학생은 “자는 학생들에 (교장이) 화가 났는지 말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면서 이러한 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바르고 당당한 여성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학교에서 이런 발언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학교가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하는 슬로건을 가진 학교에서도 했으면 안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은 또 “그리고 (교장이) 여성을 사과에 비유하며 예쁘지만 맛 없는 사과와 못생겼지만 맛있는 사과 중 무엇을 먹을 것이냐고 했다”며 “여성이 사과입니까? 여성은 항상 음식에 비유돼야 합니까? 교장선생님이 사용하신 ‘먹는다’는 표현이 어떠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지 잘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민원을 이첩받은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조사를 벌였고 지난 6월 민원을 제기한 학생에게 ‘특강 중 발언한 내용임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학교장의 의욕이 과해서 이런 발언을 했다. 열심히 하지 못하고 인생에 낙오하면 최악의 경우, 호구지책을 위해 여자인 경우에는 성을 팔게 되는 비참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표현했다”고 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취지로 답했다.

경남도교육청은 또 “그리고 무엇보다 내실을 기하라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예쁘지만 맛없는 사과보다 못생겼지만 맛있는 사과를 먹게 된다고 (교장이) 표현했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여성혐오발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점을 (교장이) 반성하고 있고, 차후 부적절한 문구를 인용해 발언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교장에 대한 경남도교육청의 주의·경고 등 공식 행정처분은 없었다.

교장 역시 학생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학생들에게 사과는 하지 않았다”며 “책을 잡으려면 끝이 없다. 잘못했다면 잘못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이 교장은 학생들 교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같은 학교 40대 남성 교사와 관련해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교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며 “선생님 진위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돼 안타깝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교장은 오는 8월 30일 정년퇴임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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