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들에 견줘 ‘깨알 재미’가 줄었다는 평도 있다. “워낙 무대 스케일이 넓기 때문에 연극으로 치면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용이라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변희봉 선생님의 자질구레한 행동들이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논의하는 미 행정부를 풍자한 장면 등 숨겨진 깨알이 적지는 않아요. 하하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큰 화면으로 볼 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봉 감독의 설명. “아빠 엄마 무덤 앞에서 할아버지와 싸운 뒤 집으로 달려가는 미자를 잡은 롱샷 장면이 있어요. 미자가 점처럼 나오는데 스마트폰이나 PC로는 제대로 볼 수 없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장면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농담을 나누기도 했어요. 집에서 보실 때 당연히 큰 화면이 좋고요, 극장도 4k(초고화질) 스크린이면 최고죠. 지구상 어디선가 대형 화면으로 꾸준히 상영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초청하겠다는 영화제가 많거든요.”
한국 대표 감독이라는 소리에 불과 여섯 편만 찍었을 뿐이라며 큰 덩치를 한껏 웅크린다. “뉴욕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 나이가 일흔다섯 정도일 거예요. ‘택시 드라이버’ 40주년 모임을 했다고 하니 연세가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 이야기를,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동작까지 직접 재현하며 열정적으로 해 주는 거예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죠. 저도 그 나이 때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옥자’는 전국 83개 극장, 10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가장 작은 규모다. 어쩌면 멀티플렉스 등장 이전의 극장가 풍경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을 보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모습 말이다. “보조 출연자라도 풀어야 할까 봐요. 하하하. ‘살인의 추억’ 때만 해도 서울극장 2층 커피숍에 모여서 줄을 선 관객들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어 어느 시골의 한 50대 여성 관객이 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이 남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옥자’를 보고는 ‘재미있네, 그 동물 귀엽네’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으면 정말 짜릿할 것 같아요. 영화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그런 분들이 어딘가엔 있겠죠?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