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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악역으로 열연한 김주혁

사실 김주혁(45)의 첫 악역이다. 배우 입장에서다. 관객 입장에선 올해 초 히트한 ‘공조’를 떠올리겠지만 촬영 순서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한참 먼저다. 9일 개봉한다.
올해 ‘공조’, ‘석조저택’ 등 이미 두 작품을 스크린에 내건 김주혁의 ‘열일’은 계속된다. ‘흥부’, ‘독전’, ‘짝꿍’ 등 영화 촬영 스케줄이 꽉 찼다. “시간에 쫓겨 대사 외우는 데 허덕이며 연기를 제대로 못하는 그런 기분은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TV 드라마는 꺼려지는 게 있어요. 예능도 제겐 정말 큰 도움이 됐는데, 멍석 깔아 주면 못 웃기겠더라고요. 연애 멋있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죠.”<br>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이거 찍고 ‘좋아해줘’를 찍고 ‘공조’를 찍었어요. ‘비밀은 없다’도 악역으로 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결이 달라요. ‘석조저택…’이 사실상 첫 도전이죠. 그전엔 악역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로맨틱 코미디가 많았거든요. 얼마나 지겨웠겠어요. 옳다구나 하고 덥석 물었죠.”

미국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 빌 S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1955)을 해방 직후 경성으로 옮겨 왔다.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마술사가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와 잘린 손가락 하나만 남기고 행방이 묘연한 자신의 집사이자 운전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 남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법정 공방이 교차된다.
김주혁은 과거가 베일에 가려진 남도진, 일본명 오카모토 시게루로 등장한다. 위조지폐를 만들어 호사로운 삶을 사는 악당이다.

“악역이 처음이라고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해보고 싶었고, 또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다만 관객들이 못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앞서 ‘1박2일’ 같은 예능도 했으니까요. 연기할 땐 즐겼어요. 성격 때문에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말, 표정 등을 해볼 수 있었거든요. 다시 하게 되면 굉장히 유하고 다정한 악역을 해보고 싶네요.”

영화 중반까지 고수가 연기한 마술사의 로맨스가 집중되며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데 50분가량 지나 김주혁이 얼굴을 드러내며 작품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래야 매력적일 것 같았거든요. 한량이면서도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을 보여 주려 했죠. 열심히 했는데 편집된 장면이 꽤 돼요. 그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장면도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주 조금 나오고, 남도진을 더 악하게 보이게 만드는 장면, 연기 감정이 잘 잡혔던 몇 장면도 빠진 게 있지요. 그런데 완성본을 보니 중반부터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몰입하게 편집이 잘됐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족이 됐겠구나 싶었죠.”

존재 자체로 스크린을 장악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연기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법정 장면에서 너무 못한 것 같아요. 상황에 맞춰야 하는데 제가 분위기를 끌고 가려고 하는 잘못을 저질렀네요. 관객들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겠지만, 저는 또 하나 배운 셈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매긴 점수가 50점이다. 좀처럼 자신을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박한 것은 아닐까. “어차피 100점은 없을 테니 90점은 돼 보려고 늘 노력해요. 이 역할에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죠. 조금이라도 다르게 분석하고 차별화하려고 합니다. 안주하는 것과 노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물론, 그렇게 90점에 도달한다 해도 또 50점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더 좋은 게, 더 잘하는 게 보일 테니까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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