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장수병’ 전립선비대증
50세를 넘어 본격적으로 중년에 접어들면 술자리에서 ‘소변 줄기’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 남성이 많아집니다.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그대로 바지에 지릴 것 같다”는 하소연부터 “소변 줄기가 약해져서 인생 다 산 것 같다”는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병원 가기를 미루다 소변 줄기가 완전히 막히는 기막힌 경험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장성구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3일 전립선비대증에 대해 “모든 남성이 예비환자”라며 “오래 살면 꼭 만나는 장수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노화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나타나다 60대에서는 60~70%가 경험하고 70대가 되면 거의 모든 남성이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병을 ‘정력 감퇴’로 잘못 알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홍성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전립선 질환을 남성성의 쇠퇴로 보고 부끄러운 병으로 여기거나 노화 현상의 하나로 간과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100%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운동과 소식으로 비만을 예방하면 일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력을 키우는 보양식품은 오히려 해롭습니다. 홍 교수는 “일반적으로 양기를 높인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오히려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유도해 전립선의 크기를 키우기 때문에 배뇨장애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검사로 전립선암도 발견 ‘일석이조’
병원을 기피하는 많은 남성들의 우려와 달리 전립선비대증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립선암 진단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교수는 “손가락으로 전립선을 만져 보는 ‘직장 수지 검사’나 ‘초음파 검사’로 전립선이 커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럽다면 자가진단도 가능합니다. 홍 교수는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IPSS)를 이용해 자가 측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합계점수가 8점을 넘으면 불편을 참을 것이 아니라 바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받으면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소변이 자주 마려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의 불편뿐만 아니라 요폐(尿閉)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요폐는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 있지만 배출하지 못하는 병을 말합니다. 방치하면 노폐물이 몸속에 축적돼 신장기능이 망가지고 극심한 피로와 혼수상태로 이어지는 ‘요독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영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감기약 복용, 과도한 음주, 소변을 오래 참는 행동으로 증상이 더 심해져 갑자기 소변이 한 방울도 안 나와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땀이 많이 나지 않아 소변량이 늘고 근육이 수축해 배뇨장애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약물치료는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90% 이상의 환자는 약물치료로 전립선 크기가 일부 줄어드는 효과를 봅니다. 다만 알파차단제는 앉았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혈압이 낮아져 어지러움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 부작용이,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1~2%의 환자에게서 드물게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비뇨기과 전문의와 정기적으로 상담해야 합니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로 치료
꾸준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완치는 쉽지 않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완치를 원한다면 수술로 치료해야 합니다. 정 교수는 “초기에는 약물요법이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임시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고 이미 커져 버린 전립선을 줄이지는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는 요도를 통해 볼펜 크기의 기구를 넣어 전립선을 태우거나 절제하는 ‘전립선 절제술’이 완치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흉터도 없고 간단한 마취만 받으면 됩니다. 수술 뒤 정액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역행성 사정’이 생겨 당황하는 분들이 있지만 쾌감이나 성 기능의 변화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수술한 환자 중에 ‘수술실에 사람을 가만히 눕혀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의심스러웠는데 아무리 수술 자국을 찾아봐도 흔적이 없다’고 항의한 분도 있다”며 “지레 겁먹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수술 뒤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가급적 과음과 자극이 강한 커피, 차를 피해야 합니다. ‘한 잔은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는 순간 증상이 재발합니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든 코감기약도 요로를 닫히게 해 배뇨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고 있다면 미리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04-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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