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땅 파서 장사하나…” 선심성 공약에 카드사는 동네북

[경제 블로그] “땅 파서 장사하나…” 선심성 공약에 카드사는 동네북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7-03-27 22:42
수정 2017-03-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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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대선 주자들 “깎겠다”… 손실 만회하려 혜택 줄여 악순환

대선을 앞두고 요즘 카드사 사장님들은 머리가 아픕니다. 대선 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카드사 가맹점을 깎겠다고 선심성 공약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1.3%에서 1%로 낮추고 우대 수수료율 기준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도 연매출 3억~5억원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1.85%)를 더 낮추고 온라인 가맹점 수수료도 깎겠다고 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을 아예 0%로 만들겠다고 하네요.
카드 사용에 대한 수수료로 먹고사는 카드사들은 “누구는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느냐”고 하소연합니다. 이미 지난해 전체 가맹점의 97%에 대해 0.3~0.7% 포인트의 수수료율을 내려 전전긍긍했는데 올해 또다시 수수료율을 내리면 밑지는 장사라는 겁니다. 올해부터는 마케팅용으로 제공하던 포인트조차 카드사 마음대로 쓰지 못합니다. 남는 포인트는 전부 여신금융협회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000원짜리 물건을 사고도 카드를 긁는 소비자가 많은데 상점 주인들이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없다 보니 영세한 상인들은 건건이 내는 수수료 부담이 만만찮을 겁니다. 또 수수료율을 낮추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던 카드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괜찮게 나오면서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수수료를 더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에 손쉬운 방법으로 ‘수수료 깎기’만 외치는 관행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입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사들이 카드론 같은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게 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 혜택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한 대형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석에서 “개별 카드사들이 알아서 정해야 할 수수료나 포인트까지 정부나 정치권에서 일일이 정해 주는 환경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영업하기가 힘들다”면서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하더라도 영업의 자율성은 지켜 주는 것이 제대로 된 규제 개혁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03-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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