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는 새 정권… “행정부가 대선후보 정책 뒷받침을”

인수위 없는 새 정권… “행정부가 대선후보 정책 뒷받침을”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7-03-14 21:12
수정 2017-03-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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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권 공백 최소화하려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때부터 도입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때 제시했던 국정운영 비전과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내각을 구성할 시간을 주는 제도적 장치다. 그런 점에서 24년 만에 처음으로 인수위 단계를 건너뛰고 출범하게 될 차기 정부는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의 국정 공백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 정부의 각 부처가 대선 기간과 다음 정부 출범 직후까지 최소 3개월 정도는 사실상의 인수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학자 및 전현직 관료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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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14일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행정부가 선거 기간에 대선 주자들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와 행정의 공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대선 후보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경제 문제 등 당장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의 경우 공통 공약으로 내놓는 합의가 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고 정부 부처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문이 정부 주요 부처를 점검한 결과 대부분 별도의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유일호 부총리 겸 장관이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겠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한 정도다.

다만 인사혁신처의 경우 새 정부가 요청할 경우 제공할 고위 공무원단 명단 및 인적사항 등 리스트 정리를 시작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 등 차기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이슈와 관련한 제도 및 정책 발굴에도 나섰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차기 정부가 현 대북 정책 가운데 성과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이번 정부에서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기재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지금 상황에선 예산·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와 조직·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가 중심에서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분명히 타당하다”면서도 “2012년 대선 당시 기재부가 장관의 지시로 각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한 국가 재정 측면에서의 분석에 착수했다가 야당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현직 1급 관료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는 물리적 상황이 정부 행정력의 전제인데, 현재는 대통령도 없고 여당도 없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관료들 사이에 짙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주요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이 관료사회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공무원 면책(免責)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미국 등과 비슷한 체제로 대통령직인수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권인수법과 ‘선거 전(前)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라 정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인수위원회를 꾸릴 수 있고, 예산도 최대 350만 달러까지 지원받는다. 우리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일한 내용의 대통령직 인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무분별한 인수위 구성을 방지하기 위해 기탁금 제도처럼 일정 득표율 이상일 때만 예산을 지원하고, 반대의 경우 반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도입 가능성을 열어 놨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부처종합
2017-03-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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