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고향인 TK, 어머니 고향인 충청? 서울과 가까운 경기?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사저
서울신문 DB
헌재가 만약 탄핵을 인용할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현직’에서 ‘전직’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거처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근거 규정은 없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까지 짐을 빼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탄핵시 청와대에서 바로 나와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삿짐 정리 등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재직 중 헌재의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할 경우를 대비해 청와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 대통령의 사저를 매각하고 경기도 모처의 새 사저를 물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 1990년부터 2013년 2월 25일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23년 동안 거주했다.
박 대통령은 1979년 10·26 사태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서울 신당동 집으로 이사갔다. 이후 1982년 성북동, 1984년 장충동에서 1990년 현재의 삼성동으로 이사했다.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측근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최씨 소유의 강원도 평창 땅을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용할 사저 부지라고 언급하면서 “부지 가봤어? 거기가 사실 아방궁이 될텐데…. 맨 끝이 VIP가 살 곳이야”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이 지난달 21일 법정에서 공개된 바 있다. 과연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청와대의 이삿짐 차량이 과연 어디로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동아일보는 삼성동 사저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지난달 말 청와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사저와 주변 건물의 매물 시세를 파악하고 갔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30, 40대 남성 3명이 사저 등 인근 건물 5곳의 가격을 묻고 갔다”면서 “그중 매물로 나와 있는 한 곳은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경호동으로 쓰였던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사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3층 이상 건물을 찾았다. 중개업소 사장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로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 등 TK지역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있는 충청 지역 등에 새 사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에서 주로 생활해 온 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경기도 모처에 새 사저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엔 대통령이 재직 중 탄핵심판으로 퇴임(파면)될 경우 비서관 채용이나 연금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지만 경호·경비는 예외다. 따라서 사저 옆엔 경호동이 있어야 하고 사저 자체도 주변 민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삼성동 사저의 경우 지금 상황으로는 재건축 수준의 공사를 하지 않으면 경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청와대는 삼성동 사저 자리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한 기존 계획을 그대로 실행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1983년에 지어져 노후화된 삼성동 사저를 허문 뒤 박 대통령과 비서관들이 머물 방과 사무실이 있고 전직 대통령 경호·경비에 적합한 새 사저와 경호동을 신축할 계획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