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전문가 고언
정치인들이 오히려 대립 부추겨… 광장의 요구, 정책으로 반영해야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각각 개최된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선 단순히 탄핵 찬반에 대한 주장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 자체에 불복하겠다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탄핵 결정 이후의 국론 분열을 우려하면서 더는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양측 모두 이를 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치인들은 양측 집회의 세력을 자신의 것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보다 광장에서 제기된 국민들의 요구를 정책이나 법에 담으려는 노력을 하라고 제언했다.
19일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과 행동을 하는데 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양측도 이제 집회보다는 대선 등 정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바른정당 등 정치권 내부에서도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이 광장에 나가 성난 군중을 자극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오히려 대립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데 집권에 성공해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대부분의 정당이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 했으니 이를 확실하게 보여 주고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든 법이라는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판결 승복을 약속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국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외래교수는 “진영과 이념 논리에 빠져 서로가 증오와 적개심을 키우기보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할 경우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정치인들이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온 적폐 청산 요구와 맞불집회에서 드러난 중장년층의 소외감을 모두 포용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데, 대권 경쟁에만 몰두할 경우 대중과 간극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측은 어떤 결론이든 헌정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며 “만일 평화집회가 이어지고 양측 모두 헌재의 결론을 인정한다면 두 진영의 대립은 ‘성숙한 광장 정치’의 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헌재의 탄핵심판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헌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 헌정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도 양측의 집회가 수개월간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갑자기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이 인용된다면 바로 대선 정국이기 때문에 분열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번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며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고 공언한다면 자연스럽게 대선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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