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세계적 아트페어는 없어… 지역 특색 살려 흥행해야”

“처음부터 세계적 아트페어는 없어… 지역 특색 살려 흥행해야”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2-16 23:02
수정 2017-02-1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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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아트페어 ‘프랑스 FIAC’ 총감독 제니퍼 플레이 방한 인터뷰

“처음부터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규모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역사적·문화적 뿌리가 깊고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트페어가 생길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니퍼 플레이 프랑스 피악(FIAC·국제현대미술전시회) 총감독
제니퍼 플레이 프랑스 피악(FIAC·국제현대미술전시회) 총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D뮤지엄에서 열린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제니퍼 플레이 프랑스 피악(FIAC·국제현대미술전시회) 총감독은 “아트페어는 예술시장과 신진 예술가들의 프로모션을 위한 필수 요소인 동시에 한 나라의 문화를 얘기해 주는 문화 이벤트”라며 “아트페어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악은 1974년 시작돼 매년 10월 열리는 프랑스의 대표 아트페어다. 1980년대 초 유럽의 중요한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했으나 1993년 유럽을 강타한 경제위기와 전시 장소였던 그랑팔레의 리노베이션에 따른 파리 외곽으로의 장소 이동이 악재로 작용해 관람객과 매출이 급락했다. 이어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시작과 함께 상대적으로 피악의 부진이 부각되면서 위상이 급격하게 곤두박질쳤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파리에서 화랑을 경영하던 플레이 총감독은 2003년 피악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구원투수로 나섰던 당시를 회상하며 “프랑스의 아트 전문지 보자르가 특집기사로 ‘피악 30주년인가, 장례식인가’라는 제목을 뽑을 정도로 심각했다”면서 “젊은 화랑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고 프로그램에 디자인 분야를 추가하며 운영에 변화를 주는 한편 프랑스 미술관 등 예술기관들과의 유기적인 협조 아래 야간 전시 ‘루나 피악’을 만들어 도시 전체에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고 말했다.

화랑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새로운 기획을 시도한 덕분에 피악은 3년 만에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고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스위스의 아트바젤, 프리즈 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거듭났다. 2010년부터 피악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위기 극복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프랑스 정부의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2015년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2013년과 2014년 아트리뷰가 선정한 파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플레이 총감독은 “경기 불황에서 시작된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와 홍콩 아트바젤과 같은 주변 시장의 부상으로 상대적인 위축을 겪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의 상황이 10여년 전 피악의 위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참가 갤러리, 예술가, 관람객 등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며 때로는 모순되는 임무를 이행해야 할 때도 있지만 어렵더라도 많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2-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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