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무덤’ 된 한진해운… “부실 경보” vs “한탕 대가”

‘개미 무덤’ 된 한진해운… “부실 경보” vs “한탕 대가”

최선을 기자
입력 2017-02-03 22:44
수정 2017-02-0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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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앞두고 주당 780원에 거래 중단… 동양·STX사태 이어 개인투자자들 눈물

“회생 희박한데 수 개월 정상 거래” 불만… “뻔히 위험 알면서 고수익 베팅도 문제”

폭탄 돌리기의 끝은 ‘개미 무덤’이었다. 파산 선고를 앞둔 한진해운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또 개인 투자자들이 됐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했던 한진해운이 수개월째 주식시장에서 정상 거래된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뻔히 위험을 알면서 고위험 고수익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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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쌓인 한진해운 터미널
컨테이너 쌓인 한진해운 터미널 3일 부산항 신항에 위치한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이다. 법원이 지난 2일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를 폐지함에 따라 오는 17일 한진해운에 파산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부산 연합뉴스
●외국인은 거래정지 직전까지 180만주 던져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주당 780원에 거래가 중단됐다. 전날 한진해운 매매거래 정지 직전까지 개인은 178만주, 2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외국인은 180만주를 던지고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한진해운 주식은 오는 17일 법원의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이후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 기간을 거친 뒤 상장폐지된다.
회생을 기대하고 투자한 개미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대형 악재가 터지면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전형적인 잔혹사가 이번에도 재현됐다. 과거 대표적인 사례가 ‘동양그룹 사태’다. 2013년 동양시멘트 등이 거래정지되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였고 기관과 외국인은 팔았다. 2014년 STX조선해양 상장폐지 때는 개인 투자자 손실만 1000억원에 달했다. 2011년 제일저축은행 상장폐지 때도 정보에 어두웠던 200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만 손실을 봤다.

한진해운 사태에서도 개미들만 피해를 보자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주의가 필요할 경우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로 시장 경보를 발동한다. 경보 상태에서도 주가 급등락이 심하면 한시적으로 매매거래를 정지시킨다.

●거래소 “거래정지 강화는 재산권 제약… 신중을”

한진해운 주가가 올해 들어 종가 기준 371원에서 1430원까지 롤러코스터를 타자 거래소는 지난달 11일과 13일 거래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주가가 732원까지 내려가자 규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투자위험 종목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경보 수준을 낮췄다. 1일 한진해운은 다시 상한가까지 올랐고 2일에는 장중 24%까지 급등했다가 파산설이 나오자 다시 급락한 뒤 거래가 중단됐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모한 투기 형태가 나오지 않도록 거래정지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 안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정지는 기존 투자자들의 재산권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성숙하지 못한 투자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상식적으로 절대 투자하면 안 되는 종목을 개인 투자자들이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사들인 것”이라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지 않고 고수익 환상을 좇는 투자 문화가 초래한 비극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7-02-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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