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前장관 헌재 증언
블랙리스트 靑 전 비서관에 받아문체부 1급 공무원 TF팀 구성
자니윤 관광公 감사 임명 안 듣자
김기춘 “왜 쓸데없는 짓 하냐”
“그만두겠다” 하니 “빼 주겠다”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른바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체육관광부의 ‘건전콘텐츠TF’가 청와대의 ‘좌파 인사 지원 배제’ 지시를 받고 구성됐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헌재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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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1급 공무원 전체가 들어가지는 않았고 콘텐츠나 문화예술 쪽 사람들이 중심이 돼 형식적 기구를 만들었다. 나중에 보니 ‘건전콘텐츠TF’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였던 자료를 봤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비서관의 문서를 받고 성의 표시 차원에서 기구를 구성한 것이 맞느냐’는 이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 전 장관은 “TF가 구성될 때 (장관직을) 그만두기로 생각했고, 영화 ‘변호인’에 대한 지원으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질책하자 신용원 콘텐츠실장이 그에 책임지고 강제 퇴직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문화계 포용) 약속이 상당 기간 지켜졌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이후로 문화계 공안통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일례로 김 전 실장이 부림 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의 제작에 문체부가 투자한 것을 놓고 질책하는 등 ‘문화계 포용’에 반하는 지시를 했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이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내가 들어야 하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장관직 사임의 근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당시 방송인 자니 윤에게 ‘감사로 임명은 안 되지만 그에 준하는 대우을 해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놓고 김 전 실장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5월 19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셨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자니 윤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질책은 받은 뒤)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며칠 뒤 ‘다음 개각에서 빼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1-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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