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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WBC 감독 “강정호 제외하고, 오승환 뽑는 수순 고민”

김인식 WBC 감독 “강정호 제외하고, 오승환 뽑는 수순 고민”

입력 2017-01-03 08:24
업데이트 2017-01-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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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이 되고 처음 든 생각이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는) 2월까지는 걱정 속에 살아야겠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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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길한 예감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 사령탑 김인식(70) 감독은 정유년(丁酉年)에도 걱정 속에 산다.

지난해 9월 WBC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 선발 문제만으로도 4개월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대표팀을 꾸리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부상, 사고 소식에 놀라긴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야.”

고민의 크기는 점점 커가지만 ‘국민감독’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여전히 변수가 많은 2017 WBC 대표팀을 두고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인식 감독은 “어쩌겠어. 일이 이렇게 된 걸”이라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국 야구에는 끈끈한 정이 있다. 전력이 다소 약하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리다 보면 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나온다”고 했다.

‘위대한 도전’,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등 주요 국제대회 사령탑으로 나서 명언을 만들어낸 김인식 감독이 위기의 2017년 WBC에서 내민 테마는 ‘끈끈한 정(情)의 야구’다.

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한 커피숍에서 김인식 감독을 만났다.

◇ “강정호는 빼야겠지…오승환 보고 싶어하는 팬은 있잖아” = 김인식 감독의 대표 선발 기준은 명확하다.

“국가대표는 당대 최고 선수로 꾸려야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론’에 귀 기울이는 야구인이기도 하다.

최근 김 감독에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발탁 여부에 의견을 주는 사람이 많다.

김 감독은 “4일 WBC 코칭스태프 회의를 해봐야 한다. 그날 최종 엔트리를 확정할 수도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고민 끝에 내린 ‘잠정적인 결론’을 밝혔다.

그는 “강정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뛰어난 선수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WBC에 데려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강정호를 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에 대한 여론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오승환의 WBC 출전을 불편해하는 팬들도 계시지만, 한국에서 1라운드가 열리는 이번 대회 특성상 오승환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있다”며 “오승환 발탁 문제를 코치들과 상의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지난달 2일 음주 사고를 냈다. 여기에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오승환은 2015년 10월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휩싸였고, 지난해 1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KBO는 ‘오승환이 한국에 복귀하면 해당 시즌 정규시즌의 50%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강정호는 11월 발표한 엔트리 28명에 포함됐지만, 오승환은 50일 예비 엔트리에도 빠졌다.

상황은 달라졌고 강정호는 탈락, 오승환은 승선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강정호의 사고 수위가 더 높다는 여론도 형성했다.

오승환의 도박 파문을 ‘단순한 게임’이라고 판단한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이 왜 WBC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는가”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오승환도 WBC 출전을 희망하고 있다.

일단 김인식 감독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 “대표팀에서 ‘리빌딩’이란 말 함부로 해선 안 돼” =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합류도 불투명하다.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 선수노조가 협의하는 중”이라며 “구단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두 주축 외야수의 대표팀 이탈을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20일 KBO는 텍사스와 볼티모어에 ‘대표팀 합류 협조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텍사스와 볼티모어는 추신수, 김현수의 WBC 출전에 부정적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4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빅리그 2년 차에 접어든 김현수를 두고 볼티모어는 “적응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인식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발탁 여부를 두고 자주 화두에 오르는 선수들은 모두 30대다.

전력 약화가 예상되면서 “차라리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젊은 선수를 대표 선수로 뽑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 감독은 이에 반대한다.

그는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다. 젊은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서면 얻는 것도 있다”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그러나 대표팀을 두고 세대교체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아야 한다. WBC에 뽑힌 젊은 선수가 도쿄올림픽까지 기량을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WBC는 올림픽을 대비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는 경기를 좋아하는 팬은 없다. 우리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상의 대표팀을 꾸려 승리를 목표로 WBC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괌 미니캠프’ 등 악재에도 차분한 준비 = 악재를 극복할 방법은 철저한 준비다.

김인식 감독은 “4일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지 않을 것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는) 김광현(SK 와이번스) 외에도 잔부상을 지닌 선수들이 있다”며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이 2월 6일이다. 그때까지 심사숙고해서 엔트리를 확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탈하는 선수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선수를 추가해 발표하는 것보다 대체 선수를 한꺼번에 뽑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합류가 확정된 선수에게는 “비시즌에도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야구 외적인 부분도 강조했다.

그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12월 13일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이 시기에 더 주의해야 한다. 몸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했다.

“여러분들은 지금 유명하지 않아도, 사고를 일으키면 유명세를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국가대표 품격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말도 했다.

선수들에게 사고 방지를 당부하면서,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훈련 준비에 힘쓰고 있다.

WBC 대표팀은 2월 1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흘 동안 전지훈련을 한다. 이 기간에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등과 평가전도 치른다.

대표팀이 주도하는 미니캠프도 열린다.

김 감독은 “올해부터 KBO 구단이 스프링캠프 시작일을 2월 1일로 늦췄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치르는 팀의 대표 선수들은 시차 적응 때문에 애를 먹을 수 있다”며 “일단 몇몇 투수들이 선동열·송진우·김동수 코치와 함께 2월 초 괌에서 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속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WBC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원들은 타 팀 전력분석에도 돌입했다.

◇ 국민감독이 그리는 끈끈한 정(情)의 야구 = 한국 대표팀은 3월 고척돔에서 열리는 A조 예선서 이스라엘, 대만, 네덜란드와 차례대로 격돌한다.

김 감독은 “만만한 팀이 없다”고 걱정했다.

네덜란드는 2013년 WBC에서 한국에 5-0으로 승리했다. 당시 마이너리거 혹은 빅리그 초년병이었던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레드삭스), 안드렐턴 시몬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특급 선수가 돼 WBC에 출전한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마무리 켄리 얀선 등 대형 빅리거의 합류도 유력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일본과 네덜란드의 평가전을 봤다. 네덜란드에 빅리거가 유릭슨 프로파르(텍사스) 한 명뿐이었는데도 경기 내용에서 일본을 앞섰다”며 “빅리거가 합류하면 네덜란드는 A조 최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족 피더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언 킨슬러(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 등 유대인 빅리거 합류 여부에 따라 이스라엘도 강팀이 될 수 있다. 대만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김 감독은 “A조 예선 통과를 우선 목표로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국민감독’도 가슴에 불을 지핀다.

김 감독은 “지는 경기를 보려는 팬은 없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좋은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일단 그는 한국 야구만의 ‘정의 야구’를 비책으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팀 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전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선수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돕고 하나로 뭉치면 실력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나온다”고 했다.

‘김인식호’는 여러 차례 국제대회에서 전력 이상의 성과를 냈다.

처음으로 메이저리거와 맞붙은 2006년 1회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루더니,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애를 먹었던 2009년 2회 WBC에서는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2015년 11월, 6년 만에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김인식 감독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한국을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올려놨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 12에서 고참 정근우와 이대호가 맏형 역할을 제대로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고, 고연봉을 받는 후배들까지도 살뜰하게 챙기며 음식을 사주더라. 예전 위계질서가 아닌 끈끈하게 뭉치는 대표팀을 봤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프리미어 12 대표팀 주장 정근우는 “김인식 감독님께서 말씀을 많이 하시지 않았지만 한두 마디로 팀을 뭉치게 하셨다. 감독님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은 마음에 선수들 모두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는 위기의 순간이 오면 김인식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프리미어 12가 끝난 뒤 “이젠 국가대표 사령탑을 후배 지도자들이 맡아야 한다”고 했던 김인식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대표팀을 이끌어달라”는 요청에 부담스러운 대표팀 지휘봉을 또 잡았다.

“혹시라도 이번 WBC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앞선 영광도 지워질 수 있지 않나요”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김인식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내 걱정 할 때야? WBC가 끝나면 바로 KBO 정규시즌이 시작해. WBC 대표팀이 한국 야구 흥행에 해가 되면 안 되잖아.”

김인식 감독이 또 한 번 ‘위험하지만,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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