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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라면/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라면/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1-01 21:28
업데이트 2017-01-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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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신문 주최의 강연회에 작가 김훈씨가 연사로 나왔다. 그가 사는 경기도 일산의 어느 짬뽕집 소개부터 시작되는 흥미로운 강연이었다. 3000원짜리 그냥 짬뽕과 해물이 들어간 8000원짜리 짬뽕을 대비시키며 사회의 맨살을 꼬집는 그는 “두 짬뽕 모두 국물은 같은 베이스”라면서 음식 전문가 뺨치는 평을 내놓는다.

작년에 출간된 그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첫머리에는 라면 덕후와도 같은 작가의 라면 끓이기 비법이 소개된다. 축약하면 ‘라면 포장지에 적힌 조리법을 무시하라’다. 물은 권장하는 550㎖가 아닌 700㎖를 넣고, 4분30초나 끓이지 말고 야외용 휘발유 버너의 센불로 3분만 끓여라. 분말 수프는 보조제로 쓸 뿐 국물의 진검승부는 대파로 낼 것. 검지손가락만 한 것 10개 정도로 숭숭 썰어 2분쯤 끓었을 때 냄비에 넣는다. 달걀은 불을 끄고 넣은 뒤 국물 속으로 스며들도록 30초쯤 기다려라.

지금도 이메일도 안 쓰고, 컴퓨터도 안 두드린다는 이 ‘아날로그 인간’이 부러운 것은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조리법을) 배웠다”는 장인 정신이 아니라, 집에서 그렇게 라면을 겁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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