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K’는 죄가 없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K’는 죄가 없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6-12-28 18:12
수정 2016-12-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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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이 세상에 실체를 드러낸 지 두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최순실 일당으로 인해 빚어진 파장은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외려 거대한 블랙홀이 돼 대한민국 전체를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업들이 가려지거나 빛을 못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속성 여부를 걱정하는 것을 넘어 당장 존폐의 기로에 선 것들도 있다. ‘K스마일 캠페인’이 그 예다.

‘K스마일 캠페인’은 우리 국민의 환대 문화 제고를 위해 민관이 함께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직접적으로는 ‘2016~2018 한국 방문의 해’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겨냥하고 있지만 좀더 길게 보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환대 문화를 이 기회에 정착시켜 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한데 ‘K스마일 캠페인’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유야 물을 것도 없다. 최순실 일당의 ‘K스포츠재단’ 때문이다. 정확히는 이 재단의 이름에 쓰인 ‘K’와 캠페인의 첫 글자가 겹쳐서다. 여기저기서 ‘K스마일 캠페인’도 최순실의 손을 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고, 의혹 제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 당국에서 이를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선에서 ‘손절매’하려는 뜻도 읽힌다. 환대 캠페인은 지속하되, 명칭은 사용하지 말자는 기류도 조금씩 형성돼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좀더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K’는 우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글자다. K팝, K드라마, K컬처, K푸드 등 이른바 ‘한류’를 대표하는 코리아(Korea)의 이니셜 ‘K’에서 비롯됐다. 일부 무리들이 선점하거나 소유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글자다. 그런데 심각한 상처 하나 입었다고 내팽개쳐야 할까.

실질적으로 이 캠페인을 이끌어 갈 관광 당국은 ‘K스마일 캠페인’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언제든 국민들에게 조롱과 야유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K팝처럼 가시적으로 확 드러나는 결과물이 없는 사업인 탓에 더욱 ‘손절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주 고전적인 수사이긴 해도 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요동치는 시국 탓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 좀더 파도가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 좀더 많은 이들에게 지혜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설령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이 ‘K’를 사적으로 소유하려 했다 해도, 외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환대 캠페인의 이름은 ‘K스마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들에게 이를 납득시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태 들어간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할 수도 있고, 관광 당국 내부에서 거센 회의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환대 문화가 굳건하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면 그게 성공 아닐까.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실패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angler@seoul.co.kr
2016-12-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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