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2년간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의 슈퍼컴퓨터 보유 국가로 자리잡았다. 이는 미국에서 개발한 연산처리장치에 의존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6월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슈퍼컴퓨터 ‘선웨이 타이후라이트’가 1위를 차지하면서, 중국은 자금력뿐만 아니라 기술력까지 겸비한 슈퍼컴퓨터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슈퍼컴퓨터는 고도의 컴퓨터 과학기술이 집결된 결정체다. 슈퍼컴퓨터의 임무는 현실적으로 실험 불가능한 자연현상을 예측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기상 예측, 지진 예측, 단백질 접힘 분석, 핵융합 연구 등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 구조상으로 슈퍼컴퓨터를 쉽게 설명하자면 고성능 컴퓨터를 여러 대 연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계산을 해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이 분야를 고성능컴퓨팅(HPC)이라고 하며 주로 수학적인 벡터·행렬 연산을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분산 처리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총 4만 960대의 고성능 컴퓨터로 구성된다. 한 대의 고성능 컴퓨터에는 260개의 코어를 가지는 연산처리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이 연산처리장치는 ‘선웨이26010’(Shenwei26010)라고 불린다. ‘Shenwei’라는 말은 우리말로 ‘신위’(神威)인데, 말 그대로 중국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연산처리장치로서 신위를 떨치고 있다. 선웨이26010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국 정부가 11년간 끈기 있게 투자한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의 ‘미리’와 ‘누리’가 각각 46위, 47위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정보과학기술연구원 슈퍼컴퓨팅센터에서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5호기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활용 및 육성법’을 통해 슈퍼컴퓨터 자원 확보와 기술의 국산화에 힘을 쏟고 있다. 뒤처졌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끈기 있는 관심과 투자를 기대한다.
2016-12-2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