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셰프의 맛, 거리의멋’…달려요, 우리

[포토 다큐] ‘셰프의 맛, 거리의멋’…달려요, 우리

강성남 기자
입력 2016-12-11 22:34
수정 2016-12-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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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터 외국인까지… 꿈을 파는 ‘푸드트럭’

가을까지 여의도 강변에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2016’이 열렸다. 다양한 살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있었지만 강변에 줄지어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푸드트럭의 먹거리는 야시장 최고 인기 아이템이었다.

합창단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푸드트럭 미스꼬레아 앞에서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합창단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푸드트럭 미스꼬레아 앞에서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푸드트럭은 우동, 오뎅 등 간편식을 팔던 우중충한 스낵카의 진화다. 2014년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푸드트럭을 만들던 배영기씨의 “푸드트럭 관련 규제를 개선하면 소자본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어 소상공인, 청년 창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활성화됐다. 주유소를 운영하던 배영기씨는 커피 파는 빨간 트럭을 보고 푸드트럭이 소자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아이템이라 판단해 푸드트럭 개조 사업을 시작했다. ‘푸드트럭 장인’으로 불리는 그는 “푸드트럭 창업을 하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렵게 생계를 걸고 창업에 나서죠.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죠”라며 땀 흘려 일한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거리의 셰프는 다양한 경력과 꿈이 있다. “미스 꼬레아(Miss Corea) 푸드트럭 100대를 운영해 200명의 청년에게 하루 5시간만 일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원대한 꿈만큼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미스 꼬레아’를 운영하는 임진영씨는 영화 콘텐츠 유통 분야에서 일하다 새로운 일을 찾아 창업을 했다. 소문난 김치볶음밥 맛 덕분에 어린이 간식, 드라마 촬영장 스태프 식사 등 주문이 많다. 특별히 따뜻한 사랑 실천 주문도 있다. 촬영장에서 맛에 반한 최성문 조명감독은 한 달에 한 번 노숙자에게 200명분 김치볶음밥을 미스 꼬레아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성들여 밥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조명감독 최성문씨의 기부로 노숙자에게 제공되는 푸드트럭 미스꼬레아의 김치볶음밥을 봉사자가 노숙자 쉼터로 옮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조명감독 최성문씨의 기부로 노숙자에게 제공되는 푸드트럭 미스꼬레아의 김치볶음밥을 봉사자가 노숙자 쉼터로 옮기고 있다.
바리스타 김진영·황미녀씨의 부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푸드트럭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리스타 김진영·황미녀씨의 부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푸드트럭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팔음식 푸드트럭의 이태오씨가 단골손님과 반갑게 인사하며 음식을 건네고 있다.
네팔음식 푸드트럭의 이태오씨가 단골손님과 반갑게 인사하며 음식을 건네고 있다.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조합원들이 2016년 정기총회를 끝내고 힘찬 2017년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조합원들이 2016년 정기총회를 끝내고 힘찬 2017년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푸드트럭 장인´ 배영기씨가 꼼꼼하게 트럭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푸드트럭 장인´ 배영기씨가 꼼꼼하게 트럭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대명야시장에서 열린 푸드트럭 페스티벌에 참가한 푸드트럭이 성업 중이다.
서울 금천구 대명야시장에서 열린 푸드트럭 페스티벌에 참가한 푸드트럭이 성업 중이다.
“정성들인 음료로 손님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는 부부 바리스타 푸드트럭도 있다. 커피와 음료를 파는 ‘세라비 카페’(Cest La Vie cafe)를 운영하는 김진영·황미녀씨 부부다. 1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뒤 각종 음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유명 커피 전문점보다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메뉴가 유명해져 행복한 셰프도 있다. 야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불에 구운 네모난 고기 ‘파이어 큐브 스테이크’(Fire Cube Steak)를 운영하는 순영옥씨다. 같은 메뉴 푸드트럭이 많이 생겼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큐브 스테이트 하는 트럭 모두 대박 나고 맛있고 톡톡 튀는 큐브 스테이크 인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잘 만들었으면 해요.”

푸드트럭으로 코리안드림을 실현하려는 네팔 출신 셰프도 있다. 8년 전 네팔에서 만난 한국 여성과 결혼한 이태오씨는 네팔 음식을 특화해 ‘디디 아시아 키친’(DiDi Asia Kitchen)을 운영하며 한국인 입맛에 도전하고 있다. 매콤한 커리와 담백한 란 맛에 벌써 단골이 꽤 된다. 아파트 장터에서 동네 아줌마들에게 메뉴도 셰프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푸드트럭 합법화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협동조합을 조직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제한적 영업 장소, 개인사업자 문제 등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당한 소상공인으로 사회적, 경제적 역할에 고민하는 이들의 꿈을 위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꿈은 크다. 푸드트럭은 꿈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일 뿐이다”라는 이들의 자부심이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2016-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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