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요건과 후보군
최순실 파문 수습할 리더십 기본국민 신망 높고 행정력 갖춰야
여소야대 지형상 야권 지지 필수
특정 대권주자 비토도 없어야
그럼에도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책임총리라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파문을 수습할 수 있는 리더십과 국민적 신망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권의 지지는 물론, 경제·민생 현안을 챙길 수 있는 국정운영 경험도 뒷받침돼야 한다.
때문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민주당 비주류, 국민의당에서도 비교적 호의적이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정권창출을 돕고도 ‘팽’당했던 악연인 데다 경제민주화 주창자로 현 정부 경제기조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여권 주류에선 껄끄럽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고 5선 의원의 경륜까지 감안하면 적임자란 평가가 적지 않다. 문제는 박 대통령에 대한 김 전 대표의 불신이다. 김 전 대표는 앞서 “박 대통령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출신으로 중도·합리적 이미지도 강하고, 경기지사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험도 있다. 김병준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 “여야가 진정으로 합의해서 과도정부 성격의 중립적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누구도 그런 제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차기 대권 도전자인 만큼 대선까지 국정을 관할할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개헌론자인 터라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껄끄러워한다군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도 거론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이들을 만나 정국 해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특히 박 전 총재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자문위원장도 맡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을 총리 후보로 접촉했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 밖에 고건 전 총리와 김한길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한편 박 비대위원장이 청와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박 위원장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본인이 ‘그건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6-11-09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