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주쿠’ 4800명 몰려… 2900명 선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를 꿈꾸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지난 30일 출범시킨 정치인양성소 ‘희망의 주쿠(塾)’가 일본 정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주쿠는 일본에서 사설교육기관을 뜻한다. 당장 내년 여름으로 다가온 도쿄도 선거의 후보 옹립은 물론 신당 창당 등 독자 정치세력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고이케 지사와 각을 세워 온 자민당 주류는 이날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당의 방침에 반해 고이케 당시 후보를 지원해 탈당 권고를 받은 구 의회 의원 7명에 대한 처분을 연기했다.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여론의 눈치를 보는 셈이다. 지난 7월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 등 자민당 주류파의 공천을 얻지 못해 당시 고이케 전 방위상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 후보를 꺾고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취임 후 고이케 지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 및 예산 전면 재검토, 츠키지 시장 이전 연기, 도쿄도 행정 재검토 등 개혁의 기치를 세워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2020년까지 최장기 집권을 꿈꾸는 아베 총리에 대한 유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30일 ‘희망의 주쿠’ 개강식에서 “멋진 도정(都政·도쿄의 행정), 멋진 일본 정치를 만들어 가고자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비평가가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어가 돼 참가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 현장에서 활동할 인재를 키워 정치세력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는 또 “투표하거나 정치활동을 뒷받침하거나 여러 가지가 있다. 행동을 합시다”라고 말했다. 희망의 주쿠가 신당 설립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부상하면서 여당을 비롯한 각 당 사이에 경계감이 번지고 있다.
희망의 주쿠는 내년 3월까지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각 조직의 대표 및 전문가, 대학교수 등을 초빙해 강연을 개최한다. 이들은 고이케 지사가 추진하는 행정 개혁, 지방자치 등에 관해 다룰 예정이다. 수강자 중 각 선거에 나설 인재를 선발하는 예비 학교로 활용될 전망이다. 참가자 중에는 여성 참가자도 많아 아이를 돌볼 탁아소도 설치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11-0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