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5일 천진암-주어사에서 종교 간 화합 한마당
정약종 등 순교한 천주교 발상지도피처 내준 스님들도 참수당해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교리 공부가 진행된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에 세워진 강학당지 비석.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강학을 진행했던 한국 천주교 ‘5인의 성조’ 묘역. 불교계가 이곳에서 교리 공부를 하다 참수된 초기 천주교인과 이들을 숨겨 줘 함께 희생된 스님들을 추모하는 종교 간 화합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원래 천진당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불교 천진암은 스님 300명이 수행하는 큰 수행처였다. 한때 종이를 만드는 곳으로 쓰였으며 나중에는 대궐의 음식 장만하는 일을 관장하는 사옹원의 관리를 받기도 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벽·이승훈·권일신·권철신·정약종, 이른바 한국 천주교 ‘5인의 성조’들은 1779년 이곳에서 강학회를 결성한 뒤 약 5년간 천주교리 연구와 강의, 공동 신앙생활을 하며 천주교회를 창립했다. 이들은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참수됐고, 그들에게 도피처를 내줬다는 이유로 스님 10명도 참수되면서 폐사됐다.
흔히 한국 천주교는 중국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한 한국 최초의 영세자인 이승훈으로부터 영세를 받은 이벽과 일부 인사가 서울 명동성당 인근의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집회를 가진 것을 시초로 삼는다. 하지만 천진암은 명례방 집회 이전 천주교 강학이 처음 열렸던 만큼 자생적 신앙인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여겨진다. 실제로 이곳에는 강학당지 비석과 함께 ‘5인의 성조’ 묘역이 조성돼 있으며 대대적인 성역화 작업이 한창이다.
마가 스님이 이끄는 명상여행은 다음달 5일 오전 천진암에서 천진암성지 100년성당 건설본부장에 위촉된 천주교 수원교구 송병선 신부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 신부는 이날 특강을 통해 천진암의 의미와 불교-천주교의 관계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명상여행은 이어서 오후에는 경기 여주의 주어사 터도 방문한다. 수원 아리담문화원이 실시하는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계승을 위한 화합한마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현재 폐사 터만 남은 주어사도 천진암처럼 유학자들의 천주학 강학 장소였다. 권철신·정약전 등이 천주학을 공부한 곳으로 추정된다. 절두산순교성지후원회에서 출간한 ‘천주교순교성지절두산’(박희봉 편저)에 따르면 주어사 터에 있던 해운대사 의징의 부도비를 1973년 오기선·박희봉 신부가 절두산순교성지에 세워 놓았다. 화합한마당은 불교·유교·천주교 등 종교별 합동 추모 의식과 뮤지컬 ‘주어사, 생명이 중한디’, 판소리 등으로 짜여졌다.
이날 주어사에서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비명상 이사장 마가 스님은 “천진암과 주어사지 방문을 통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천주교 초기 순교자와 스님들의 진정한 자비의 마음에 예를 갖추는 뜻깊은 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종교인들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자리에 많은 분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6-10-28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