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인정보다 사람의 삶 바꾸는 연구”… 장애인 보조 로봇 ‘워크온’ 만든 공경철 교수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가 착용계단 오르고 앉았다 일어서
공경철 서강대 교수가 지난 20일 학교 연구실에서 하반신 부분마비 환자나 근력이 약해진 노인의 보행을 돕는 ‘입는 로봇’ 엔젤렉스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20일 만난 공경철(35)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마음이 따뜻한 연구를 하고 싶어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팀을 이끌며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Walk-On)을 개발한 공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의 대학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워크온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의 ‘엑소레이스’(외골격 착용 로봇) 종목에서 독일과 미국팀에 이어 동메달을 받았다. 올해 처음 열린 대회지만 인터넷 생방송의 순간 시청자가 1억뷰를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워크온은 전체 6개 동작 중 10분 안에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기, 4개의 폴 사이를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기, 20도의 경사를 올라 문을 열고 닫은 후 다시 내려가기, 징검다리 건너기, 6개의 계단을 오른 다음 내려가기 등 5개 동작을 소화했죠.”
워크온의 작동 방식은 ‘자동차’와 비슷하다. 로봇을 착용한 장애인이 지팡이 역할을 하는 클러치를 잡은 후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면 원하는 움직임이 진행된다. 등에 장착된 회로부에는 행동을 제어하는 컴퓨터가 내장돼 있고, 가슴에 달린 모니터로 운행 상태를 확인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로봇대회 ‘사이배슬론’에 출전한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
공경철 교수 연구팀 제공
공경철 교수 연구팀 제공
공 교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감정에 따른 행동 패턴과 의지까지 예측해 로봇에 프로그래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팀의 워크온을 입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병욱(42·척수장애 1급)씨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로봇을 입고 움직이는 게 내몸처럼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뒤 18년간 휠체어를 탔다. 그래서 일어서는 데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휠체어 럭비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평소 운동을 많이 했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은 뼈가 약하기 때문에 넘어지면 쉽게 뼈가 골절됩니다. 완치까지 6개월에서 1년은 족히 걸리죠.” 하지만 그는 “올해 3월 처음 로봇을 입고 뚜벅뚜벅 걸을 때 짜릿한 전율과 감동이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본업까지 뒷전으로 하고 일주일에 사흘씩 연습에 몰두했다”며 “늘 누워서 생활해 퇴행성 관절염이나 소화 기능 장애가 있었는데 서 있는 것만으로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용 로봇에도 그대로 전이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왜 로봇으로 굳이 장애인을 돕는 ‘비대중적인’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시선 때문에 훈련 장소를 섭외하기도,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어요.” 결국 그의 연구팀은 서강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연구진이 사비를 들여 개발을 진행했다.
아직 세계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걸음마 단계로 워크온과 같이 상용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다. 공 교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는 로봇을 멋지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최대한 눈에 잘 안 띄는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로봇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거죠. 기술은 연구하면 개발할 수 있지만 편견은 과학으로 풀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편견의 벽을 넘어 장애인을 행복하게 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0-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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