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커도 소비자 신뢰가 중요 ‘전격 결정’… 반전 계기 삼아야

손실 커도 소비자 신뢰가 중요 ‘전격 결정’… 반전 계기 삼아야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10-10 22:48
업데이트 2016-10-1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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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단 배경과 전문가 진단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내부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의 잇따른 발화 사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판매를 강행했을 때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신형 제품에 대한 사용 중지, 재리콜 등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향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측은 “생산 잠정 중단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은 노트7은 결국 ‘단종’(斷種)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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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매장
한산한 매장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새 제품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 디지털프라자의 갤럭시노트7 체험 테이블이 한산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10일 “이번 생산 중단 결정은 사업부서보다 기술부서의 의견이 더 반영된 것 같다”면서 “발화의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두 대 더 파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초반에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차기작인 갤럭시S8 판매는 물론 삼성전자 모든 휴대전화의 신뢰도에도 혹여 악영향을 미칠수 있는 만큼 손실이 크더라도 노트7만의 문제로 끝내겠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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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신형 제품 관련 발화 의혹이 계속 제기된 것도 삼성으로서는 부담이 됐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가정집에서 폭발 사태가 보고된 이후 미국에서도 연이어 신형 제품 폭발 소식이 전해졌다. 이 와중에 지난 주말 미 이동통신사에서 제품 결함을 문제로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보다 먼저 조치를 취함으로써 타격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 선제 대응을 통해 반전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조급증을 버리지 못하면 글로벌 리더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채 인식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놓고도 경쟁사를 의식해 출시 일정을 앞당기면서 ‘기본’을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고속충전 기능을 넣는 과정에서 더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가 요구됐지만 출시 일정을 맞추느라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리콜 이후 판매 재개를 서두르다 품질 테스트에 과부하가 걸린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ATL이 (삼성SDI 대신) 단기간에 많은 납품 요청을 받으면 실질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그 모든 것을 품질 검사를 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리튬이온 전지는 외부 충격이 없으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신동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리튬이온(폴리머) 등에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은 석유처럼 불이 붙기 쉽지만 심한 파손이 없으면 폭발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둘러싼 전기 회로, 반도체 칩 등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기 회로는 배터리의 충전, 방전과 관련해 전압, 전류가 일정 구간 내에서 흐르도록 제어해 주는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 셀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배터리를 얇게 하면서 반도체 칩 두께를 줄이다 보니 발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신형 제품의 성능 저하가 우려된다 해도 응급조치를 통해 최악의 상황(폭발)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10-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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