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담패설 vs 남편 클린턴 성추문… “역겨워서 TV 껐다”

트럼프 음담패설 vs 남편 클린턴 성추문… “역겨워서 TV 껐다”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10-10 22:48
수정 2016-10-1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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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2차 TV토론… 美국민도 탄식한 ‘추악한 폭로전’

트럼프 “파일은 탈의실 대화” “빌 클린턴 성폭행 했다” 공세… 피해자 주장 여성들과 회견까지

“2차 TV토론 보다가 역겨워서 꺼버렸습니다. TV토론 때문에 내가 뽑을 후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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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왼쪽부터), 장녀 이방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 2차 TV 토론회장에서 후보들 간의 불꽃 튀기는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AFP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왼쪽부터), 장녀 이방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 2차 TV 토론회장에서 후보들 간의 불꽃 튀기는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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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두통거리 빌 클린턴(오른쪽) 전 대통령이 딸 첼시(가운데), 사위 마크 메즈빈스키(왼쪽)와 함께 이날 청중석에서 토론 내용을 유심히 듣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EPA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두통거리 빌 클린턴(오른쪽) 전 대통령이 딸 첼시(가운데), 사위 마크 메즈빈스키(왼쪽)와 함께 이날 청중석에서 토론 내용을 유심히 듣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EPA 연합뉴스
9일 오후 9시 40분(현지시간) 친분이 있는 워싱턴DC 한 싱크탱크의 30대 연구원이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냈다. 그는 “전 세계가 보고 있는데 인신공격만 하는 후보들이 부끄럽다”며 “이것은 건전한 토론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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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8시부터 90분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미국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만나자마자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신랄한 인신공격으로 이전투구를 벌였다. MSNBC는 토론 직후 “미 정치가 사라진 슬픈 날”이라고 일갈했다. 시청자들도 페이스북 등에 “대선 후보들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음 TV토론이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토론에서는 지난 7일 불거진 트럼프의 2005년 유부녀 상대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비롯, 세금 회피 문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인종차별 문제, 러시아 해킹 의혹 등으로 트럼프가 궁지에 몰렸다. 이에 트럼프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문제, 월가 고액 강연 문제 등을 들쑤시며 공격적으로 토론을 몰고 나갔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동문서답하며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 수법을 구사했다”며 “음담패설 녹음파일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빌의 성추문을 들먹인 것은 트럼프만의 치사한 방법”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의 빌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는 전날 음담패설 녹음파일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빌은 성폭행을 했고 이를 논의할 것”이라며 네거티브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토론 시작 1시간 전 빌에게서 성폭행·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4명의 여성들과 함께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토론장 방청석에 앉아 토론을 끝까지 지켜봤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과거 비난했던 여성들까지 아군으로 만들어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토론에서 빌을 12차례 언급했는데 그중 10차례는 성추문과 연관된 것이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토론 초반 30여분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과 무슬림 차별 등 질문이 이어졌다.

토론 공동 사회자인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최근 공개된 (음담패설) 테이프에서 동의 없이 여성에게 키스하고 생식기를 만졌다고 밝혔는데 그것은 성폭행이다. 어떻게 성폭행한 것을 자랑할 수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것은 라커룸(탈의실) 대화였다. 나는 가족과 미국인에게 사과한다”고 해명한 뒤 “이슬람국가(IS)가 우리 머리를 잘라내고 있는데 더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빠져나갔다.

트럼프와 클린턴의 설전은 이메일 스캔들과 세금회피에서 또 한번 극에 달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검을 임명해 클린턴을 감옥에 넣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클린턴의 세금 회피 비판에 “부자들은 적법하게 그렇게 한다. 워런 버핏도, 조지 소로스도 그렇게 했다. 클린턴은 지난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세금 제도 등 아무것도 바꾼 것이 없다”며 적반하장식으로 공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불리할 때마다 사회자가 클린턴에 발언 시간을 더 준다거나 자신의 발언을 끊는다고 주장했으나 미 언론은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1분 5초 더 발언했다”며 “트럼프는 발언의 대부분을 클린턴 공격에 썼고 정해진 시간을 초과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1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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