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선수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해 이란 원정에 나선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현지시간) 테헤란 알아랏 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경기장을 돌며 몸을 풀고 있다. 2016.10.9 연합뉴스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우리 대표팀도 이란 원정은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한국(47위)보다 앞선다. 이란은 최종예선 A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2위인 한국보다 앞선다.
이런 것보다 더 힘겨운 것은 현지 적응이다. 한국에서 이동 시간만 15시간이 넘고, 도착해서도 피로가 가기 전에 며칠 내에 적응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
테헤란이 고지대라는 점, 공기도 좋지 않다는 점, 훈련장으로 이동하려면 족히 1시간 이상 걸리는 교통 체증 또한 싸워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장 내 관중이다.
보수 공사로 2만 석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는 이란 관중들은 상대 팀 못지않게 가장 극복해야 하는 상대다.
10만 명 가까이 되는 관중이 한꺼번에 내뱉는 함성, 그것도 남자만 꽉 들어차 지르는 일방적인 응원은 상대 팀을 주눅들게 한다.
처음 이란 원정에 온 이재성은 “형들에게 들었을 때는 경기장 분위기가 가장 큰 부담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 관중들이 지르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경기 중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 간 소통은 매우 중요한 데 그것이 막히는 셈이다.
여기에 관중들의 공격성은 선수들을 더욱 뒷걸음치게 한다. 단순히 응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직접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청용은 이번이 이란 원정 4번째다. 그러나 그는 매번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이란과 경기를 이틀 앞둔 9일 테헤란 숙소에서 만난 이청용은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함성은 선수들끼리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안 드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담배 냄새가 찌들어있고, 레이저 빛이나 물병, 심지어 돌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난 원정들을 돌아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