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마케팅 투자·인터넷 중계… ‘슬램덩크 붐’ 다시 꿈꾸는 일본

[스포츠 돋보기] 마케팅 투자·인터넷 중계… ‘슬램덩크 붐’ 다시 꿈꾸는 일본

한재희 기자
입력 2016-09-08 23:04
수정 2016-09-0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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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슬램덩크’는 일본의 농구만화다. 슬램덩크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본에서 농구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프로농구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2000~3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프로농구 평균 관중이 3500~4000명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수치다. 포털사이트에서의 경기중계도 활발하지 않고, 경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 연봉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

지난 7일 일본 도쿄도 도요타 후추스포츠센터에서 만난 이토 타쿠마(34) 도요타 앨버크 감독은 한국프로농구(KBL)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토 감독은 “KBL의 관중 마케팅이 다양하게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7개 구단이나 일본에 전지훈련을 왔는데 일본팀은 왜 한국에 안 오느냐’는 질문에도 “전지훈련을 가려면 돈이 많이 든다. KBL리그는 이미 성장해 구단에 돈이 있으니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며 “앨버크는 아직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해외로 못 간다”고 토로했다. 2015~16시즌 NBL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68년 역사의 앨버크가 이 정도인데 다른 팀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일본에서 농구의 인기가 사그라든 이유를 묻자 이토 감독은 “‘슬램덩크’가 붐을 일었을 때는 일본에서도 농구의 인기가 엄청났다. 그러나 이후 마케팅이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미국프로농구(NBA)를 쉽게 접하면서 팬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고 답했다. 또 야구나 축구에 관중을 빼앗긴 것이 농구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일본 농구는 올해부터 대대적 변혁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잘게 쪼개져 말썽을 부리던 농구협회가 하나로 통합돼 B리그라는 새로운 농구리그를 만들었다. 45개 팀이 1~3부로 나뉘어 승강제로 진행되며, 성적뿐 아니라 재정 수지나 관중 수에 대한 요소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강등된다. 리그 사무국은 야구나 축구 마케팅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을 통한 인터넷 중계도 실시된다.

이토 감독은 “그동안 인기가 없었던 일본 농구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매력 있는 농구를 보여 주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20년 역사의 KBL리그를 뛰어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성장을 거듭하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 주고 있다.

도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6-09-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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