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동래고·개성고 소속 학생 국가기록원 명단 수록 자료 발굴
일제 강점기인 1940년 11월 23일 ‘경남 학도 전력증강 국방대회’가 열렸다. 학교 병영화 정책 가운데 하나로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학생들을 동원해 무장행군, 수류탄 던지기 등 15개 종목을 겨루게 했다. 마지막 행군을 남긴 터에 한국인 재단인 동래고등보통학교(현 동래고)가 우승을 확정하자, 심판장을 맡은 일본군 경남지구 위수사령관 노다이 겐지 대좌가 총점을 조작해 일본인 학교인 당시 부산중학교를 1위로 발표했다.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이 최근 부산교육청에서 기증받은 1940년 부산제2공립상업학교(현 개성고) 학적부엔 부산항일학생의거 참여자에 대한 퇴학 결정 사유를 ‘전력증강국방경기대회 중 심판에게 불공평하다고 소리치고, 노다이 대좌 관사에 침입해 돌을 던지고 유리창을 파괴하며, 불온한 언사로 조롱하거나 다른 사람을 선동해 검찰에 송치됐다’고 적혀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 제공
일제 대륙침략전쟁의 전초기지인 부산 한복판에서 일어난 항일학생운동(일명 ‘노다이 사건’)에 참여한 학생 명단을 수록한 자료가 발굴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이를 통해 당시 항일운동 참여자 10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한 기록물엔 두 학교 전체학생 1021명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각자 처분을 받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이전엔 노다이 사건과 관련해 단편적인 신문기사와 참가자들의 회상, 경찰 조서에 의존해 내용을 파악했다.
이로써 동래고보 3학년과 4학년, 제2공립상고 4학년 각 1명(이상 정학), 제2공립상고 4학년 4명(견책), 4학년 2명, 1학년 2명(이상 근신)이 참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노다이 사건으로 검거된 200여명 가운데 14명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부쳐져 징역 8개월 등 실형을 살아야 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2016-08-12 25면